오늘 고백햇했습니다
1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0:27:07.68 ID:gVJbhzv+bdk
아니, 벌써 12시가 지났으니까, 어제라고 해야하나.
우선 난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상대는 같은 학년 작년 같은 반 친구.
진부한 얘기지만, 들어줄 사람 있을까?
2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0:29:38.96 ID:JU+6K4WsFzU
듣고 있다. 말해봐
3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0:31:42.79 ID:lq5gCFj0QK6
들을 준비 완료.
4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0:35:59.98 ID:gVJbhzv+bdk
우선 이친구랑 만난 건 고등학교 1학년때, 같은 반이었어.
같은 반 뒷자리에 앉아있던 애 였는데, 처음엔 어딘지 항상 표정이 멍하고 전자사전을 들여다 보고 있어서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어.
옆에 앉은 친구 말론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다고 하던데, 사실 그 때 한창 오덕페이스라던가? 그 사람이 유명하던 때라서, 살짝 편견을 가지고 보긴 했어.
안여돼라고 하던데, 안경도 안끼고 피부도 깔끔하고 그냥 보통 체격이긴 한데, 쟤도 집에 막 애니메이션 상품 사서 모으고 그러나 했지.
원래 남하고 잘 얘기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뒷자리 같으면 그래도 얘기도 좀 하고 친하게 지낼 만도 한데,
그쪽에서도 말한마디 걸지 않았고 조금 편견도 있어서 살짝 피하긴 했어.
5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0:40:40.96 ID:XeU+lGiWjsk
듣고있다. 어서 얘기해줘.
6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0:41:30.57 ID:gVJbhzv+bdk
사실 별로 알리고 싶진 않았지만, 사실 난 체격이 되게 작고 키도 165cm밖에 안돼. 성격도 살짝 소심해.
그러다보니 중학교때 일진이라는 애들한테 많이 괴롭혀졌는데, 그 일진 애중 하나가 같은 반에 들어왔어.
그래도 고등학생인데다 같이 할 만한 애들도 없으니 많이 괴롭히고 그러진 않았는데,
지나갈때 마다 머리를 툭툭 친다거나 시답잖은 장난을 건다던가 하는 식이었어.
그런데 그러다 보니 같은 반 애들도 점점 날 살짝 무시하는 태도로 대하기 시작했어.
심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던가, 교과서를 숨긴다던가 하는 사소한 장난을 치기 시작했지.
근데 내가 타자가 느리거든. 느려도 좀 이해해줘.
7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0:42:08.41 ID:lq5gCFj0QK6
여고에서 표정이 멍하고 항상 전자사전 들여다 보면(그리고 간간히 끼룩거리면) 대개 팬픽이나 bl이던데....충격이었지
아무튼 계속 듣고있다
8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0:45:10.86 ID:gVJbhzv+bdk
어느날 화장실에 갔다 와서 자리에 앉으려고 그러는데 옆에 있던 애들이 피식피식 웃는거야.
또 펜같은 거라도 숨겼나 싶었어도 어떻게 할 방법은 없으니까 그대로 자리에 앉으려고 그러는데, 그애가 말을 걸더라.
"야, 잠깐만."
학기 시작하고 나서 걔 목소리 들은 게 두번째였는데(처음은 자기소개때) 이상할정도로 낮게 가라앉아서 살짝 오싹했어.
그러고 나서 얘가 앉아서 발을 내밀어서 내 의자를 퍽 하고 밀어찼어. 난 얘도 날 무시하려고 그러나 싶어서 심난해하고 있었는데,
의자 옆으로 압정이 몇개 투두둑 떨어지는거야.
9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0:48:09.34 ID:lq5gCFj0QK6
헐 심하다 그런거...압정이라니; 그나저나 착하다
10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0:49:01.89 ID:gVJbhzv+bdk
옆에서 다른 애들이 쳇 하고 혀차는 소리가 들리고, 얘는 그러는 애들을 짜증스럽게 스윽 훑어보더니 다시 전자사전 끌어들여서 자기 할 거 다시하더라.
압정같은 거야 뭐 그다지 충격적이고 뭐고 할 것도 없는데, 그래도 도와준 것 같아서 고맙더라.
그 뒤론 달리 같이 놀만한 애도 없었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해서 걔한테 한두마디 말을 붙이기 시작했어.
10.5 이름:레스걸★ :2011/06/13(월) 00:49:01.89 ID:???
레스 10개 돌파!
11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0:53:48.99 ID:gVJbhzv+bdk
처음엔 되게 무심하게 "아, 어. 그래. 그러냐." 그런식으로 사람 맥빠지는 대답만 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의외로 얘가 되게 장난기 심한 애라는 걸 알게 됬어.
친하게 되기까지 시간도 꽤 걸렸고 (대답도 제대로 안해주는 애한테 6일 가까이 혼잣말같은 걸 한 것 같아), 사실 그 일이 있기 전까진 역시 영 아닌가 하고 있었어.
12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0:57:13.83 ID:gVJbhzv+bdk
본격적으로 친하게 지내기 시작했던 일이 뭐였냐면, 한 날 야자시간에 영어단어 쓰면서 외우고 있었는데 누가 왼쪽 어깨를 툭툭 건드리는거야.
그래서 무심코 왼쪽으로 뒤돌아봤는데, 볼이 뭐에 쿡 하고 찔렸어. 뭔가 하고 봤더니 그 애의 검지. 걔가 그 고전적인 장난을 나한테 건거야.
당황해서 걔 얼굴만 쳐다보고 있으니까, 재미있었는지 피식 하고 웃는거야.
13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0:59:37.44 ID:lq5gCFj0QK6
6일이나ㅋㅋ 탐색인가
둘 다 원래 자기 성향이 이쪽인지 알았던거야?
14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01:27.62 ID:gVJbhzv+bdk
이제야 생각해보면 난 벌써 얘한테 반했는지도 모르겠네...
씨익 하고 입꼬리가 올라가선 길지도 짧지도 않게 풋 하고 웃는데, 지금은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뛴다..
너무 대답이 단답형이고 무시하는 것 처럼 그래서 날 싫어하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진 않은것 같아지니까 좀 대담하게 말을 걸었어.
한시간에 한번씩 움찔거리면서 뭐 물어보고 어정쩡한 대답듣고 다시 앞을 보고 그랬는데,
그 날 뒤론 농담같은 것도 좀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기 시작했지.
15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03:58.71 ID:gVJbhzv+bdk
>>13 난 중학교때까지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고 별달리 여자에 대한 이상형도 없었고 누나가 있어서 환상도 없어서...
지금도 아 내가 게이구나 하는 생각보다는 그냥 그 애가 너무 좋다.
16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06:01.16 ID:gVJbhzv+bdk
사람이 많이 없어서 그런건지 혼자 말하고 있으려니 뻘쭘하네... 혹시 재미 없으면 말해줘. 괜히 내얘기 갱신하고 있는 것 같아서...
17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06:25.84 ID:EQICo4rKaXc
여자에 대한 이상형도 없고 누나가 있어서 환상도 없는건 나랑 비슷하다.
나도 스레주처럼 고백해봤으면..
18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08:43.38 ID:lq5gCFj0QK6
으아 듣고있어!!! 계속 반응하기 뻘쭘해서....
19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13:26.08 ID:gVJbhzv+bdk
아, 그 애 스펙을 말해주지 않았구나. 키는 자기 말론 180이라는데, 신체검사땐 176cm 나왔어.
너무 많이 속인 거 아니냐고 장난으로 물어보니까 인상을 팍 찌푸리면서 기계가 잘못됬다고 우겼어. 귀여웠어.
체격은 보통 체격인데, 의외로 팔뚝이랑 손목사이에 있는 팔이 굵고 단단해서 물어보니까 검도하고 있다고 그러더라.
얼굴은... 내눈에야 당연히 엄청나게 멋있지.
대체로 무표정해서 활짝 웃는 건 진짜 코메디에서 얼굴 경련 일으키는 것 같이 웃겼지만, 그렇게 웃는 일은 적고 대체로 비웃는 것 처럼 피식피식 그렇게 웃어.
머리는 자기 나름대로 멋을 부린다고 마구잡이로 길렀는데, 그렇게 잘어울리진 않아. 지저분해보여.
얼마전에 나랑 같이 미용실 가서 미용실 누나가 깔끔하게 정리하고 앞머리 언밸런스로 깎어줬는데 와, 진짜 멋있더라.
20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16:45.48 ID:gVJbhzv+bdk
성격은 살짝 급한데 얼굴로는 잘 안드러나서 잘 못느끼는 사람이 많아.
그래도 되게 급해. 자장면 시켰는데 10분 지나서 안온다고 투덜거리고, 왔는데 랩을 벗기는 게 아니라 젓가락으로 푹푹 찔러서 찢어버리고.
그리고 되게 안어울리게, 장난치는 거 좋아하고 스킨십 좋아해. 안친한 애들한테는 절대 안해도, 친해지면 잘 달라붙어.
21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18:21.37 ID:lq5gCFj0QK6
항상 신체검사땐 요상하게 나온단말이지
그래도 4cm는ㅋㅋ
고백은 누가 먼저한거야? 앞으로 찬찬히 나올 얘긴건가..? 기다리고있음.
22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18:47.10 ID:XeU+lGiWjsk
뭐야..멋있어..//
23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19:53.24 ID:lq5gCFj0QK6
아 나 자꾸 늦게 다네..미안ㅠㅠ
성격진짜 급하다ㅋㅋㅋ박력이라고 해둬
24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20:58.68 ID:gVJbhzv+bdk
특히 겨울엔 나한텐 진짜 스킨십 많이 했어.
제일 두근거리고 기분좋았던게, 무릎위에 앉혀서 허리 끌어안고 내 머리 위에 턱 얹고 으어어어- 하고 좀비같은 소리 내는 거.
왜 그러냐고 했더니, 작고 따끈거려서 기분좋다고 대답해서 하루종일 기분 좋았어.
중학생땐 괴롭혀지는 이유가 몸이 작아서 그랬다고 생각해서 싫어했는데, 그 날 만큼 나 자신이 좋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25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24:25.43 ID:lq5gCFj0QK6
아.....?!
나 내친구한테 많이 그러는데...?! 오해는 않겠지설마 (난 병슨이니까)
근데 그럼 압정 이후로 너 괴롭히는 애들 없어졌어?
26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25:21.13 ID:Kqf+eppYHII
오옷 동접인가 ㅠㅠ 잘 보고 있어 스레주!
27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25:58.36 ID:gVJbhzv+bdk
기본적으로 자존심 강하고 살짝 괴팍한 면도 있어서 친구는 몇명 없는데, 그 친구들 끼리는 정말 허물없이 지내더라.
그 애들은 지금 나랑도 다 친해. 애들이 다 그 애랑 비슷한 성격이라서 가끔 같이 놀다보면 웃겨.
나같은 경우엔 누가 괴롭히면 끙끙거리면서도 계속 당하고 있는 성격이라면, 얜 당하고만 있지 못하는 성격이야.
그래서 중학교 시절엔 친구도 없고 누가 괴롭히지도 않아서 아웃사이더였다고 그러더라.
28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34:52.59 ID:gVJbhzv+bdk
아무튼 계속 친해졌어. 난걔가 뭔짓을 해도 그냥 재밌고 즐거웠고, 걘 내가 쫄래쫄래 잘 쫓아다니니까 사촌동생이랑 놀아주는 것 처럼 그렇게 대하는 것 같더라.
좋아하게 됐다고 느낀 건 한 4월 무렵.
주말에 그 애랑 그 애랑 친한 두어명이랑 놀러다니다가 쪽팔려 게임을 했는데, 걔가-이제부턴 B라고 부를게. 박씨거든.-
걸렸어. 지령은 "숫자 맞춰서 여자애 4명한테 헌팅해라" 였는데, 뭔가 깔끔하게 성공해선 그 여자애들이랑 같이 놀았어.
처음 B가 말걸었던 여자애가 유독 B한테 친하게 구는데, 그게 너무 기분 나빠서 아프다고 그러고 집에 돌아와버렸어.
그래서 스스로 왜그러나 싶었는데, B한테 "야 너 아직 그 여자애들이랑 같이 다녀?" 라고 문자보내고 있는 날 보다가... 아, 했지.
29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37:42.25 ID:Om1NxovLFDo
스레주???
보고있어~~
30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41:30.85 ID:gVJbhzv+bdk
진짜 혼란스럽고 그래서 한참 B한테 말도 안걸고,
B가 걱정 되서 "야 너 무슨 일 있냐." 그렇게 물어보는데, 그 낮은 목소리 하나만으로 오싹오싹 마음이 떨리고 기분좋아지는 내가 너무 싫어서
"아... 그냥 좀 피곤해." 하고 대답하곤 엎드려버렸어.
뒤에서 손 뻗어서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는데, 행복하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최대한 소리 죽여서 울어버렸어.
30.5 이름:레스걸★ :2011/06/13(월) 01:41:30.85 ID:???
레스 30개 돌파!
31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42:17.67 ID:gVJbhzv+bdk
>>29 응, 보고 있어. 타자가 느려서 대답하는것도 이야기 계속 하는 것도 느려. 미안해.
32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43:49.91 ID:Om1NxovLFDo
ㅋㅋㅋ 스레주 타자가 느리긴 느린가봐? 위에 보니까 한개 다는데 10분정도 걸렸어ㅋㅋㅋㅋㅋ
그래도 기다리는게 두근두근해서 좋아~
33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45:44.95 ID:Kqf+eppYHII
간간히 F5를 눌러주고 있어!
타자 느린거 왠지 좀 귀엽기도 하고 >>32처럼 기다리는 재미도 있어~
글 깔끔하게 잘 쓰는 것 같아.
34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46:23.52 ID:gVJbhzv+bdk
한 날 진짜로 걱정이 되는지 집에 가는데 날 붙잡아 세워서는 자판기에서 음료수 뽑아서 던져주더라.
봉봉이라고, 포도 들어간 음료수... B는 그거 완전 사랑하거든. 사소한 일로 싸워도 그거 하나 사주면 깔끔하게 풀려.
자존심때문에 나 화 풀렸어 하고 말하진 않아도 목소리부터 풀리거든.
35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47:48.27 ID:Om1NxovLFDo
봉봉!! 그거 우리학교 매점에도 있는건데ㅋㅋㅋㅋㅋㅋ
계속 해줘~
36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48:54.44 ID:gVJbhzv+bdk
>>32 그렇게 봐주니 고마워.
>>33 안깔끔해... 지금 나도 정리가 안되거든.
37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51:14.05 ID:Kqf+eppYHII
봉봉 맛있어 ㅠㅠ 오랜만에 생각나네.
근데 B 귀엽다 ㅋㅋㅋㅋ 봉봉으로 화가 풀리다니!
38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54:01.96 ID:gVJbhzv+bdk
10시 넘었다고 애들은 썰물 밀려나가듯이 나가버리고 나랑 B만 남았는데, 나 앉혀놓고 자기도 앉았는데, B가 낯간지러운 말을 되게 못해.
"야 무슨 일 있냐, 요즘 왜그래. 걱정 되잖아." 그 말을 하기가 되게 쑥스러웠나봐.
한참 가만히 앉아 있다가, 음료수를 뜯어선 꿀꺽꿀꺽 마셔. 그리고 또 조용하고, 또 마시고, 또 조용하고.
"아 씨x, 다 먹었네." 그렇게 투덜거리더니 내 손에 들린 음료수를 뺏아가선 벌컥벌컥 마시더니 또 캔을 비워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야, 새로 뽑아 올테니까 도망가지 말고 여기 딱 붙어있어라." 그러고 새로 두개 뽑아 왔어.
39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1:56:01.28 ID:Om1NxovLFDo
스레주 나도 여기 딱붙어있다구~!!
40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2:01:32.48 ID:gVJbhzv+bdk
내 앞에 탁 내려놓곤,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이번엔 마셔라, 새꺄. 따듯해지면 맛 없어." 그러고 자기도 바로 따서 한모금 마시고 내려놨어.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그런지 손에 힘이 제대로 안들어가서 캔 따는 데 고생하고 있으니까 버리를 북북 긁더니 탁 뺏아 가서 뚜껑을 뜯어서는 나한테 오더라.
왜그러나 하고 봤는데, 정말 오랜만에 보는 얼굴을 하고 있더라. 장난 치기 직전에 하는 전매특허 웃음인데,
본 지 한 일주일도 안됬는데 넋을 잃고 봤어. 너무 반가웠어.
B는 내 몸을 단단히 움켜 쥐고 머리를 강제로 젖혀서 내 입에다가 조금 흘려넣고 자기가 앉아있던 데로 돌아갔어.
41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2:13:00.45 ID:gVJbhzv+bdk
살짝 사레들를 뻔 해서 켁켁거리면서 살짝 쏘아보니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웃는 얼굴로 피식 웃더니, 말했어.
"맛있지?"
대답은 안하고 나도 풋 하고 웃었는데, 다시 살짝 진지한 얼굴이 되가지곤 다시 말하기 시작했어.
"난 임마, 단순하고 심심한 놈이라서 이거 하나면 어지간한 일은 다 까먹어."
다시 한모금 마시더니, 손을 뻗어서 내 머리를 슥슥 헝클어 놓더니 말하더라.
B-"근데, 넌 안그런 것 같아."
나-"..."
B-"난 내가 이런 놈이라 너한테 할 게 이것밖에 없다. 이것 말곤 어떻게 하면 네가 안좋은 일 전부 까먹게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나는 아무 말도 못했어. 그냥 저냥 너무 고마웠지.
B-"...당분간은 말 안걸거야. 난 어떻게 해야 네 기분이 풀릴지 모르겠거든. 전에 어떤 책에서 봤는데, 이럴 땐 가만히 놔두는 것도 방법이라 그러고.. 뭐... 난 니편이니까, ...뭐 말할 게 있으면 말하라고."
그 말을 남기곤 B는 "나 간다" 그러고 도망쳐버리듯이 자기 반에 가버렸어.
횡설수설이긴 했어도, 무슨 말을 하고싶어 했는지는 알것같아서 너무 기뻤어.
웃으면서 울수도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지.
42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2:14:31.12 ID:Om1NxovLFDo
B 멋있는데....?
43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2:16:58.43 ID:Kqf+eppYHII
스레주가 제일 좋아하는 웃는 얼굴이래 ㅠㅠ 귀여뷰ㅠ
B 무심하면서도 신경써주는 스타일이주나?ㅠ
악 잠이와서 더는 안되겠어 ㅠ 먼저 갈게 스레주! 미안해!
학교다녀와서 달려주겠어!
44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2:17:38.81 ID:gVJbhzv+bdk
>>42 응 맞아, 너무 멋있어. 난 나에 대해서 어디도 자랑할 부분이 없지만, 내가 B를 좋아하게 된 건 자랑 할 만하다고 생각해.
...잘난척 미안.
45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2:18:30.15 ID:gVJbhzv+bdk
>>43 응 잘가. 붙잡아놓은 것 같아서 미안.
46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2:19:13.39 ID:Om1NxovLFDo
무심하면서도 신경써주는 스타일 완전 좋아~
나도 내일 학교 가야하는데 뭐지; ㅋㅋㅋㅋ
47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2:21:58.60 ID:gVJbhzv+bdk
그 날 밤에는 조금도 못잤어. 여러가지로 고민할것도 있고, 감정도 정리가 안되서.
...사실 마음을 접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멍청이 B가 그럴 여유도 안주고 내 마음을 다시 쥐어 흔들어놓으면 어쩌자는 건지.
48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2:26:24.93 ID:gVJbhzv+bdk
그래도 여전히 난 고민이었어. 자신 없었어. B는 나에 대해서 잘 생각해주고,
신경도 많이 써주지만 그건 동생같은 친구한테 해주는 거지 연인한테 하는 건 아니니까.
들어는 주겠지. 나를 욕하지도 않을거야. B는 그런 애니까. 성격 나빠보여도 어딘지 정의감 같은 게 있고,
욕도 잘하고 심한 말도 잘하지만 상대방의 기분을 정말로 흐려놓을 말은 세심하게 피해줄줄 아는 애니까.
49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2:33:40.02 ID:gVJbhzv+bdk
그래도 사이가 멀어지는 건 어쩔 수 없을거야. 그게 너무 무서웠어. 하지만 이대로는 싫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어.
결국 나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선택을 미루고 미뤘지.
거의 2주 가까이, 난 계속해서 고민하고 선택을 미뤘어.
나를 안고 장난치던 B를 생각하며 즐거운 희망으로 가득해졌다가, 이상형을 얘기하며 묘하게 들떠있는 B를 떠올리며 좌절에 빠졌다가.
B는 정말로 나한테 말 한마디 걸지 않았어. 복도에서 마주칠 때도 가슴 한구석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눈으로 힐끔 보고는 지나쳤어.
그게 자기 나름대로의 배려라는 건 알아. 그 차가운 눈빛이 무표정할땐 자기도 모르게 하는 눈인 것도 알아.
하지만 난 무서웠어. 혹시 내 마음에 대해 알아차리거나 누가 얘기해서 날 싫어하게 된건지도 모른다면서.
50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2:41:13.76 ID:gVJbhzv+bdk
그렇게 허무하게 시간이 점점 흐르고, 어제로부터 나흘 전쯤, B와 다시 얘기할 계기가 생겨났어.
50.5 이름:레스걸★ :2011/06/13(월) 02:41:13.76 ID:???
레스 50개 돌파!
51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2:44:51.09 ID:gVJbhzv+bdk
아우, 나도 졸려서 더 못하겠다..
자꾸 말도 입에서 맴돌고... 내일 7시 쯤에 안묻혀 있으면 이어서 쓸게. 지금까지 봐준 거 고마워.
52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2:45:00.03 ID:CoCRbPY9DkI
열심히 보고 있어! 게속 썰 풀어줘~!
53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2:45:48.62 ID:CoCRbPY9DkI
응? 가는 거야 잘가 스레주
54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2:47:58.43 ID:VciixeSElQ+
스스레주 나 방금 와서 정주행했는데
아직도 있어??
55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2:48:47.80 ID:VciixeSElQ+
아 늦었다 잘가 스레주 내일 마저 볼께.....
잘되었으면 조겠다.
56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02:51:08.85 ID:gVJbhzv+bdk
>>54 응, 아직은 있어.
>>52~53 잘 봐줘서 고마워.
>>55 응원해줘!
57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22:57:37.84 ID:Om1NxovLFDo
여기 스레주는 언제쯤오려나...
58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23:24:28.96 ID:AtBKkKNp4lg
으와...더 보고싶네ㅠㅠㅠ 내일 또올게!ㅠㅠ!
59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23:36:42.17 ID:gVJbhzv+bdk
스레주가 왔습니다.
야자 도망쳐 나오려고 했지만, 담임선생님에게 붙잡혔어.
갑자기 왜 반항하기 시작한거냐고 한참 잔소리 들었어.
60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23:40:21.59 ID:Kqf+eppYHII
스레주 왔구나!
잔소리 들어서 기분 안좋았겠다 ㅠ..
61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23:42:30.70 ID:Om1NxovLFDo
오오! 스레주 온거야?
나도 야자 다하고 왔어... ㅠㅠ 망할 야자
62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23:43:09.01 ID:gVJbhzv+bdk
>>60 심한소리 하는 선생님은 아니라서 괜찮아. ...물론 말은 좀 기시지만.
음, 그러니까 그냥 얘기 계속 하면 되나?
63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23:45:07.17 ID:Kqf+eppYHII
심한소리 안들어서 다행이다 ㅠ
얘기 계속 해줘!
64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23:52:54.47 ID:gVJbhzv+bdk
그러니까 오늘로부터 5일전에 난 내 자리에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고 있었어.
내용은 좀 뻔했지만, 그래도 클라이막스라 열중해서 읽고 있는데 누가 옆에 앉더니 책을 빼앗아서 덮어서 교실 뒤쪽으로 툭 던져버리더라.
65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23:57:38.89 ID:GGBFabLpOLI
아이구.... 듣고있어
66 이름:이름없음 :2011/06/13(월) 23:59:09.30 ID:gVJbhzv+bdk
한동안 괴롭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상상도 못했는데, 내 옆에 앉은 건 전에 말했던 그녀석이었어. 중학교때부터 꾸준히 날 괴롭혔던 녀석.
"새꺄, 너 이딴 게 지금 읽히냐?"
그러면서 머리를 검지로 툭툭 밀었어. 한참 이렇게 괴롭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갑자기 얘가 왜 나한테 이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
B처럼 좀 강하게 나가보고 싶긴 했는데 난 너무 오랬동안 당해와서 그런지, 겁부터 집어먹어버렸어.
67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04:34.16 ID:9+N6hvgFhEA
어뜩해 스레주...
어서 B가 등장하기를!!
68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04:34.55 ID:5bwqBhb4aho
기껏해야 나왔던 말이라는 게, 모기만한 목소리로 "왜 그러는데..."
그놈은 피식 웃더니 별의 별 욕을 다 쏟아내면서 머리를 밀던 손가락을 점점 세게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손바닥으로 내 머리를 퍽 퍽 하고 때렸어.
아파서 머리를 빼니까 멱살을 잡고 바깥으로 끌고 나갔어.
69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07:28.50 ID:HQSjj5HZ3zw
아...보는데 화가 난다.ㅠㅠ
70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12:42.83 ID:5bwqBhb4aho
끌려가서 학교 뒷편에 밀어넣더니, 바로 배에 주먹을 꽂아넣더라.
숨도 못쉬고 컥, 컥, 하고 있는데, 걔가 하는 말에서 욕을 빼고 요점만 말하면 대충 내용이 그래.
그동안 그새끼 따까리짓 하면서 사니까 좋더냐, 내가 그 오타쿠새끼 무서워서 널 안건드린 건 아니지만 너 좀 편하게 살더라? 하여튼간에 끼리끼리 논다고 지들끼리 감싸고 돌고 엿같네. 같은 내용.
말도 앞뒤가 안맞고 흥분해서 제대로된 말은 아니었어도,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았어.
71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15:18.87 ID:HQSjj5HZ3zw
B!! 스레주를 지켜줘!!ㅠㅠㅠㅠ
72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16:09.21 ID:8ApH5bRI3pU
근데 왜 너희 둘이 노는걸 걔가 분개해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다 어이없고 화난다ㅡㅡ
73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19:45.04 ID:5bwqBhb4aho
1학년때 B가 날 도와줬던 것 처럼, B는 되게 스스로는 나쁜사람인척 하는데 이상한 정의감이 있는 애야.
나랑 친하게 안지낼때도 그렇게 도와줬으니, 나랑 친하게 된 이후엔 아예 직접 찾아가서 나한테 시비걸면 각오하라는 식으로 말했나봐.
어쩐지 1학년 중반부터는 무시하거나 공연히 노려보는 일은 있어도 건드리진 않더라고..
난 친구가 생기고 내가 그럭저럭 살아가서 건드리기 뭐해졌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마저 B의 가호 아래에 있었던거지.
74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20:02.07 ID:9+N6hvgFhEA
스레주 많이 아팠겠다 ㅠ 상처 괜찮아?ㅠ
B는 언제 나타나는거야 ㅠㅠㅠ
75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21:54.80 ID:HQSjj5HZ3zw
B에게 있어서의 스레주가 정말 부럽다... 멋지잖아, B!!
76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25:12.00 ID:5bwqBhb4aho
그래도 일진멤버였던 가오도 있고 자존심도 있는데 반에서는 친구도 몇 없는 오타쿠같은 것한테 박력으로 밀려서 날 못건드린 게 엄청 분했던 것 같아.
그런데 보니까 내가 요즘은 B랑 안다니는 걸 보더니, 아 걔도 쟤한테 손을 뗐구나 싶어그동안 쌓인 분함을 나한테 풀려고 한거지.
77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28:22.97 ID:9+N6hvgFhEA
정말 나쁜 애들이다 ㅠ
스레주 힘내ㅠㅠㅠㅠㅠㅠ
78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29:26.49 ID:5bwqBhb4aho
끌려 나올 때 구경나왔던 애들이 빙 둘러싸고 구경하는 동안, 그 녀석(H라고 할게.)은 그런 얘기를 욕과 섞어가면서 하면서 날 때렸어.
멱살을 잡고 다리를 걸어서 땅바닥에 넘어뜨린다던가, 밀어서 나무에 부딪히게 만든다던가, 발로 찬다던가 그렇게 계속 맞고 있는동안
H의 친구들도 나와서 장난에 가담하기 시작했어. H가 날 밀면 H의 친구가 거기서 기다리고 있다가 내 허리를 발로 차버린다던지...
심하게 아프진 않았지만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마음이 많이 아팠어.
79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30:49.65 ID:G5nZinf4nVI
진짜 악질들이네ㅡㅡ
스레주가 잘못한게 머가있다고......
여튼B 빨리 등장해 스레주를 구해주라구!!
80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36:25.05 ID:5bwqBhb4aho
그뒤로 그 패거리는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 날 불러내서 저런식으로 린치를 하기 시작했어.
중학교때도 자주 당하던 거지만, 한 1년 약간 안되게 안당했다고 그새 그게 익숙해졌는지 엄청 괴롭더라.
그렇게 장난감 공 대신 가지고 놀 장난감처럼 다뤄진지 3일째 되는 날 일이 벌어졌지.
81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38:53.87 ID:9+N6hvgFhEA
못된 아이들.. 뭐 그런 애들이 다 있대?!
보고 있는 내가 다 화가 나 ㅠㅠ
어서 스레주를 구해줘 B!!!!!!!!!
82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39:45.65 ID:5bwqBhb4aho
음.. 요즘 밤을 새고 낮을 잠으로 보내고 하는 일이 잦아 그런가 날짜감각이 흐려졌네. 내가 말하는 날짜가 숫자상으로 안맞아도 좀 이해해줘.
그러니까 딱 12일 저녁시간에, 난 H무리들에게 끌려가서 괴롭혀지고 있었어.
83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41:34.78 ID:G5nZinf4nVI
먼가 일이 터질것같은 조짐이!!!
더 이상의 레스는 생략한다 ㅋ
이제부터는 지켜보겠으
84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44:24.90 ID:5bwqBhb4aho
정신 없이 당하고 있을 때 뭔가 옆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라.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보니까, 구경하는 애들 틈으로 누군가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더니, 나를 보고있느라 그쪽은 아예 보지도 않던 H의 무리중 한명의 뒤로 가서 팔꿈치로 옆얼굴을 찍어버렸어.
...B와 또다른 나와 B의 친구 Y는 그렇게 화려하게 등장해버렸지.
85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45:24.35 ID:7C93BbJ5vos
>>84
멋져!!!!!!!!!!!B정말 멋지다 의리파구나!!!
86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48:23.43 ID:5bwqBhb4aho
가타부타 더 말할 것도 없이 싸움이 시작됐어.
Y는 그 옆에 서 있는 녀석을 차버려서 넘어뜨리고 B는 팔꿈치로 쓰러뜨린 녀석의 얼굴을 걷어차버리곤 다른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어.
처음엔 살짝 당황하던 H 무리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 B와 Y에게 덤벼들었지.
87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49:21.06 ID:9+N6hvgFhEA
우와 멋있다 진짜 멋있다!!!!!!
B,Y 최고다!!!
88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50:49.98 ID:AZ8URGFt2IY
처음 보는데 정말 대단하다... 힘내서 계속해줘 스레주! 계속 보고 있을게
89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52:54.85 ID:5bwqBhb4aho
B와 Y는 평소에도 같이 잘 운동하고 대련을 빙자한 서로에 대한 구타행위를 즐겨 하던 사이라 싸움을 못한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H무리는 숫자만 해도 6명이었어.
처음엔 당황한 H무리를 압도하는 것 처럼 보였지만 결국 쓰러져 있던 두명까지 일어나서 달려들면서 밀리기 시작했지.
90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55:51.90 ID:9+N6hvgFhEA
으 안돼 밀리면 안돼 ㅠㅠㅠ
91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0:58:34.90 ID:5bwqBhb4aho
B와 Y는 등이나 다리를 한대씩 맞는 건 아랑곳하지도 않고 집요하게 한녀석씩만 붙잡아 때려서 그녀석의 몸에 힘이 빠지면 다른 녀석을 붙잡는 식으로 싸워나갔지만, 사방에서 날아드는 손과 발을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었지.
결국 H무리중 한 녀석이 감정적으로 휘두른 소 뒷발같은 손이 B의 턱을 뒤틀어버렸고, B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넘어질 수 밖에 없었지.
B가 넘어지자 Y도 얼마 버티지 못했어. B는 넘어지면서까지 H무리 중 하나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릴 정도로 필사적으로 싸웠지만, 역시...
92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04:24.34 ID:5bwqBhb4aho
싸움인지 집단 린치인지 못알아보게 된 상황이 됬는데도 B와 Y는 계속해서 일어나서 맞붙으려고 했어.
나는 H 무리 중 하나에게 달려들어 B와 Y에게서 떼어내려고 했지만, 내가 붙잡은녀석과 옆의 녀석이 나를 뿌리치더니 내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어.
찌이잉 하고 눈 앞이 번쩍거리고 나서 정신을 차리니까 이미 넘어져 있더라.
그렇게 몸을 다시 일으키고 있는데 선생님이 와서 싸움을 중재시켰어.
93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07:01.27 ID:9+N6hvgFhEA
우왓.. 엄청 아팠겠다..
선생님 너무 늦게 오셨어 ㅠㅠㅠ
94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09:57.24 ID:5bwqBhb4aho
H무리 6명과 Y와 B, 그리고 나까지. 그렇게 9명이 교무실에 가 앉았지.
B와 Y는 그렇게 맞고서도 H무리와 눈만 마주치면 달려들려고 했기 때문에 야자감독을 하러 가야 할 남선생님 두명이 우리를 감시하고, 다른 선생님이 왜 싸우게 됬는지, 어떻게 된 일인지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어.
95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12:00.64 ID:G5nZinf4nVI
계속 지켜보고 있다!!
96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15:34.80 ID:5bwqBhb4aho
으.. 쓰다가 날아가버렸네.
97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16:22.08 ID:AZ8URGFt2IY
헐 스레주 힘내!!! 지켜보고 있어!!
98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18:28.01 ID:G5nZinf4nVI
점점 잠온다..낼 수행평가 치는데..잘까??
밤을 샐지 잘지 고민되네...
으아니 썰을 날려버리다니!!
99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18:52.54 ID:5bwqBhb4aho
H무리는 자기들은 얌전히 잘 놀고 있었는데 B와 Y가 와서 시비를 붙였다는 식으로 얘기했고, 나는 어느새 H무리에서 같이 노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워낙 B와 Y는 반에서 떨어져 있는 존재고 평소에도 선생님에게 조금 반항적인 성향이 있었고, H는 같은 반항아라도 자주 선생님과 자주 까불고 놀던 사이라 선생님은 H의 말을 전부 믿는 것 같은 분위기였어.
100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21:39.57 ID:5bwqBhb4aho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일어나 다시 달려들려고 하는 B와 Y를 진정시킨 선생님은, 다시 B와 Y에게 상황의 설명을 요구했어.
B와 Y는 이제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 정직하게 대답했지만, 선생님들은 "그럼 우리한테 얘기해야지 너희가 싸우려고 달려들면 되냐" 라는 식으로 나왔어.
100.5 이름:레스걸★ :2011/06/14(화) 01:21:39.57 ID:???
레스 100개 돌파!
101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25:15.75 ID:9+N6hvgFhEA
으 읽으면서 뭔가 화난다 ㅠㅠㅠㅠ
102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27:59.47 ID:5bwqBhb4aho
명백하게 엇갈린 진술속에서, 선생님은 싸움에서는 방관자이지만 화제에서는 주인공인 나에게 고개를 돌렸어.
암만 B나 Y보다 H가 예뻐보인다 해도, H는 딱 봐도 양아치같은 느낌이 나는 녀석이었어으니까, H의 말만을 믿을 수는 없으니까.
선생님은 나에게 제대로된 설명을 요구했어.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돌아온 순간, 난 B의 신뢰어린 시선과 H의 협박어린 시선을 동시에 받았어.
솔직히 부끄러운 얘기지만, H과 무리들의 시선에 겁에 질린 게 사실이야. 중학교때도 자주 있었던 일이었고, 나는 늘 겁에 질려 "H 무리에게 괴롭혀진 게 아니라 같이 장난친 것 뿐이다"라고 대답했어. 스스로가 역겨워졌지만, 정말 무서웠어.
103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33:10.12 ID:5bwqBhb4aho
그 순간 B는 내 눈을 정확하게 바라보더니, 우연인지 뭔지는 몰라도 나에게 협박을 보내고 있는 H를 사납게 쏘아보기 시작했어. 그런 B의 기색을 알아차린 Y도 사나운 눈길로 H의 무리를 훑어봤지.
그 순간 거짓말처럼 무서움이 사라졌어.
104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35:58.11 ID:9+N6hvgFhEA
다음이 궁금하다!!
105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39:20.36 ID:5bwqBhb4aho
목소리는 떨리면서도 발음은 명확하게 나왔어.
나는 상황을 똑바로 설명하면서 모두 Y와 B의 말이 맞다고 얘기했어.
H가 죽일 듯이 노려봤지만, 별로 무섭진 않았어.
106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43:39.48 ID:5bwqBhb4aho
사건의 끝은 무지막지하게 허무했어.
선생님들의 입장은 언제나 그렇듯 "H가 잘못했네. 하지만 선생님들한테 알리지 않고 바로 주먹을 휘두른 너희도 문제가 있어." 였지.
다행히 양쪽 모두에게 뼈가 부러지거나 이빨이 어떻게 되거나 한 일은 없어서 "학교 내 급우간의 의견대립에 의한 싸움"같은 걸로 무마되어버렸지.
선생님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한명씩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그 사실을 통보했고, 부모님들은 살짝 흥분하긴 했지만, 일을 크게 만들고싶어하는 부모님은 하나도 없었지. 크게 다치지도 않았으니 대단한 치료비를 물 일도 서로 없었고, 집에 돌아오면 훈육하겠다는 정도로 그쳤어.
107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45:25.60 ID:9+N6hvgFhEA
의외로 평범하게 끝났구나.. 징계같은 거 있을 줄 알았는데.
108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45:41.07 ID:5bwqBhb4aho
싸운 애들은 죽도로 엉덩이를 몇 대 맞고, 야자시간 내내 청소를 하는 정도로 끝났어.
109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46:58.18 ID:5bwqBhb4aho
>>107 우리학굔 남학교라 그런지 싸움박질 하는 횟수가 잦아 그런지 몰라도 싸움에 징계를 먹이진 않더라.
심하게 다쳐서 부모님까지 못참겠느니 하는 상황까지 오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110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48:40.26 ID:9+N6hvgFhEA
그렇구나... 남학교면 확실히 그럴만도 하겠다.
H무리한테는 징계해도 모자라는데 말야!
111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51:42.29 ID:5bwqBhb4aho
나는 B와 Y에게 미안했어. 야자시간이 끝나고, B와 Y는 청소를 마치고 청소도구를 정리하고 있었지.
나는 B에겐 봉봉 2캔, Y에겐 사과주스음료(이름이 뭔지 모르겠네) 두 캔을 사서 건넸지.
Y는 늘 짓는 그 쾌활한 얼굴로 신나게 음료를 열어 두개 다 입안에 털어넣고, "자 그럼 난 간다, 집에가서 엄마한테 깨져야 하거든!" 라고 집에 돌아가버렸다.
112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58:22.99 ID:5bwqBhb4aho
야자가 끝나다 보니 애들은 전부 돌아가버렸고, 조용한 학교엔 나와 B밖에 남지 않았어.
얼마 전에 B와 마지막으로 얘기했던 상황과 너무 비슷해서,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입을 꾹 다물고 B만 바라보고 있었다.
B는 그런 날 힐끔 보더니, ...관심있는 건 음료수밖에 없다는 듯 음료수만 마셨어.
113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1:58:25.53 ID:Dx53BHUxUYc
Y한테 줬다는거 스퀴즈 아냐?
Y... 쿨하다 ㅋㅋㅋㅋ
114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2:00:47.24 ID:5bwqBhb4aho
>>113 아 맞아! 그거.
y가 성격이 좀 그래. 쿨하고 시원시원하고. 별 것 아닌 일에도 신나서 떠들고 잘 웃고.
115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2:04:44.68 ID:5bwqBhb4aho
문득, B의 턱에 붙은 밴드가 눈에 들어왔어. 싸울 때 입은 상처일텐데, 정 사각형 좀 큰 밴드였는데도 상처가 밴드보다 미묘하게 커서 어딘가에 쓸린 것 같은 상처가 보였어. 청소하느라 흘린 땀 때문인지 살짝 떨어져 있더라고.
너무 신경쓰여서 손을 뻗어서 다시 붙여줬어. 그런데 역시 아직은 아픈지, 내 손이 다으니까 "아 따거." 그러면서 내 손을 피했어.
116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2:07:11.67 ID:5bwqBhb4aho
너무 미안했어.
"아파?" 하고 물어보니까, B가 물끄럼히 내 얼굴을 들여다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
"나 이제 너한테 말 걸어도 되냐?"
....이 멍청이가, 아직까지 그걸 신경쓰고 있었냐.
117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2:10:20.57 ID:9+N6hvgFhEA
방금 소름돋았어 ㅠ
B가 진심으로 신경써주고 있구나 ㅠㅠ
118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2:20:46.71 ID:5bwqBhb4aho
왠지 부아가 치밀어올라서 퍽 때렸더니 실실실실 웃었어.
그걸 보니 나도 기뻐졌어. 미안함이 조금이지만 줄어들었지.
B는 웃으면서 말했어.
"미안하다. 좀 더 빨리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내가 워낙 인간관계도 안좋고 주변에 관심도 없잖아."
못참았어.
정말 B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던 것 같아.
119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2:23:18.49 ID:9+N6hvgFhEA
읽고있는 내가 다 눈물이 날 것 같다.. ㅠ
으.. 스레주 미안.. 더 들어주고 싶은데 잠이와서 안되겠다 ㅠ
내일 레스달러 올게! 시간 늦었는데 스레주도 어서 자~!
120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2:23:25.29 ID:AZ8URGFt2IY
아아 감동 ㅜㅜㅜ정말 B란...아... 스레주도 정말 착하구나
121 이름:이름없음 :2011/06/14(화) 02:28:54.90 ID:5bwqBhb4aho
>>119 응, 앞으로 풀 썰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너무 졸리다.. 내일 계속해야겠어. 잘자-
>>120 으헤헤, 그렇게 칭찬해주면 우쭐해져버리는데. 아무튼 고마워.
129 이름:이름없음 :2011/06/16(목) 00:00:01.13 ID:9mDfHcEX4hE
스레주가 왔습니다.
어젠 너무 지쳐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쓰러져 잠들어버렸어.
오늘도 야자 마치고 집에와서 늘어져있다가 쓰는거야. 기다리게 해서 미안.
130 이름:이름없음 :2011/06/16(목) 00:14:22.14 ID:9mDfHcEX4hE
별로 기다린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보잘것없는 내 얘기를 기다린 사람이 있다고 믿고 썰은 풀어둘게!
143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18:18:51.45 ID:hd4AwoEna+o
스레주가 왔습니다...
보잘것 없는 이야기인데도 기다려준 사람들이 있다는 게 미안하면서도 기뻐!
목요일은 타자를 두드리다가 침대에서 잠들어버렸어. 본의 아니게 속여서 미안...
그 뒤로 시간이 있을 때 마다 들어와보려고 했지만, 몇 일간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144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18:21:28.43 ID:hd4AwoEna+o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오늘은 야자 안하는 기념으로 시간이 닿는 한 열심히 이야기를 풀어놓고 갈게.
145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18:30:01.40 ID:hd4AwoEna+o
어디까지 했더라... B를 안고 펑펑 울었던 것 까지 말했던가?
눈물도 나오고, 콧물도 나오고, 일그러진 얼굴도 신경쓰이고.
그만울고 싶었는데, 조금 진정되려는 순간 B가 등에 손을 올려줬어. 우는사람에게는 토닥토닥이 당연한거긴 하지만, 유난히 스킨십을 꺼리고 낯간지러운 짓을 못하는 B에겐 상당히 노력이 필요한 행동이었을거야.
등에 따듯한 온기가 전해져 오는데,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데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눈물이 다시 왈칵 쏟아졌어.
146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18:38:26.48 ID:hd4AwoEna+o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나도 서서히 진정되고 B는 자신의 행동이 낯간지러운지 은근슬쩍 내 등에서 팔을 치우고
B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새끼랑 같은 반이지?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말 해. 오늘은 급해서 Y놈밖에 못끌고 갔지만 이제 나랑 노는놈들은 항시 대기다.
부담스러워 하지 말고 말해. 친구가 곤란하다는데 슬쩍 발 뺄 녀석은 내 친구로는 안두니까."
너! B 너말야! 그렇게 잘난척이 하고싶어?!
대성공이었어. 진짜 엄청 감동해버렸어.
147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19:07:34.85 ID:34G9+EIqZTI
스레주 보고있어
148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19:25:21.62 ID:hd4AwoEna+o
음, 잠깐 미안. 메모장에 정리한다고 좀 늦고 있어. 조금 쓰다가 도망가버렸다거나 한 건 아니니까 이해해줘.
149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19:44:07.04 ID:34G9+EIqZTI
알았어 ㅎ
150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19:52:07.35 ID:hd4AwoEna+o
으익, 어쩐지 졸려서 재밌게 못쓰겠다. 안그래도 글솜씨 나쁜데...
재미 없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읽어줘.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어. 물결같이 감동이 부드럽게 마음을 간지럽히고, 심장박동은 자연스럽게 최고조.
평소같았으면 몸을 뺄 만한 상황이었지만, 그 순간만은 내가 미쳤다고 인정해도 좋아.
평소엔 끄트머리도 보이지 않던 용기가 솟아오르고,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날 유혹했지.
그 생각은 "지금이 아니면 못한다"는 확신으로 바뀌어갔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적막을 내 목소리가 깨버렸어.
151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19:54:55.48 ID:34G9+EIqZTI
긴장감 ㅇㅇ
152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19:59:31.15 ID:hd4AwoEna+o
"B, 있잖아."
"왜."
B의 목소리는 차갑고 낮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들으면 오싹오싹 몸이 떨려올 정도로 기분좋아. 하지만 그만큼 무서워. B의 목소리는 차갑고 낮을 뿐만 아니라 냉정한 느낌까지 주니까.
상상하기 싫은 결과를 떠올리고 나는 주춤했어. 마음을 읽힌다는 망상까지 들 정도였어.
153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0:11:45.18 ID:hd4AwoEna+o
"...내가 뭣때문에 고민했는지 알고싶어?"
"...가르쳐 줄 마음이 있다면."
"그게 뭐라고 해도, 날 역겨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미안. 나는 역겨운 놈이야. B에게서는 그런 눈초리를 받고싶지 않았어. 그래서 못박아둔거야.
B는 절대 "네 말에 따라서." 라는 식으로 대답할 수 있는 애가 아니야.
내 고민은 어떤건지 짐작도 못하면서 확신에 가까운 우정으로 "절대 아니야" 라고 대답할 녀석이야.
나는 그걸 알면서도... B에게 그런 질문을 던진거지.
B는...
내 예상대로 말했다.
"내가 그렇게 속좁은 놈으로 보이냐. 그럴 일 없어."
154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0:15:01.38 ID:34G9+EIqZTI
스레주 느려 .........
155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0:19:20.68 ID:hd4AwoEna+o
사실 내가 다음 이야기를 여기에 쓰기 미뤄 온 것은 이런 이유도 있어.
너희들에게, 지금까지 내 얘기에서 나의 편이었던 너희들이 나를 비난할까봐 두려웠어.
다시한번 사과할께. 미안해. 나는 그런 비겁한 녀석이야.
B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 그애는 "나는 절대적인 너의 편이다." 라고 대답하겠지.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은 무조건 지키는 애야.
내가 어떤 폭탄 선언을 해도 B는 내편이 되 줄거야. 본능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해도, 이성적으로는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고 싶어해.
...본능적으로 나에 대한 혐오감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나를 혐오하기 보다 자신의 말에 책임지지 못하는 자신을 혐오할, 그런 애야.
난 그런 애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박을 씌워놓은거야.
156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0:21:26.44 ID:34G9+EIqZTI
>>155 스레주 뭐야 .............................
우리들이 비난할거라고 생각 했던거야?
157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0:21:48.99 ID:hd4AwoEna+o
>>154 미안... 타자가 느려서.
158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0:25:13.78 ID:hd4AwoEna+o
>>156 못된 짓을 했어.
약은 짓을 했지.
...비겁해. 너희들이 날 비난해도, 난 반박할 여지가 없어.
159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0:28:01.20 ID:34G9+EIqZTI
난 못된짓이라고 생각 안되는데 ......?
사람을 좋아해서 고백한건데 왜...........
160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0:30:43.10 ID:hd4AwoEna+o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끼며, 그러면서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자신에게 또다시 마음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다시 입을 열었어.
"정말이지?"
"그래."
한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B에게 미안했어.
161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0:31:45.49 ID:alFnnoaYO1Y
여기있는 누군도 스레주를 혐오스럽다고 느끼지 않아.
162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0:32:34.82 ID:alFnnoaYO1Y
>>161 오타났다 미안하다
163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0:36:44.90 ID:hd4AwoEna+o
그렇게까지 다그쳐놓고도, 쉽게 입밖으로 나오지 않고 말은 입에서 맴돌았다.
목 끝까지 차오른 두서없는 말들을 삼켜 머릿속으로 정리했지만, 또다시 목구멍에 차오르는 말은 내가 봐도 무슨말인지 이해조차 하기 힘들 정도.
그렇게 할 말을 정하는 데에만 여러번, 결국 나는 가장 간단하고도 명료하게 내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찾아냈다.
"난 너를... 좋아해. 사랑하고 있어."
164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0:45:28.54 ID:hd4AwoEna+o
그렇게 말하며 B의 허리를 꽉 끌어안아 버린 건, 다시는 느낄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B의 얼굴을 보고싶지 않다는 생각들이 모여 만들어낸 행동이겠지.
공기가 얼어있었어.
무서웠어. 끌어안고 있는 동안, 이 시간이 차라리 영원히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B의 반응을 살피기 두려웠어.
차라리, 차라리 이 시간만이 계속된다면...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지.
165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0:47:54.26 ID:shBejYHRUho
스레주 왔구나 ㅠㅠ 기다리고있엇어 !!
166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0:51:55.55 ID:hd4AwoEna+o
나는 서서히 팔을 풀었어. 그리고 결말을 받아들이기로 했지.
실은, 조금 더 희망적인 결말을 꿈꿔왔던 것은 사실이야.
내가 고백하면, "실은 나도 네가 좋았어." 라는 진부한 대사가 돌아오고. 그렇게 해서 나와 B가 커플이 된다면-
그런 생각은, 수십번 수백번을 했지.
물론 현실성은 떨어지기 때문에 수천번을 비웃었고.
167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0:53:49.16 ID:shBejYHRUho
스레주 !! 빨리 ㅠㅠㅠㅠㅠㅠ
적절한 끊기라니 ㅋㅋㅋㅋ
168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0:56:56.50 ID:hd4AwoEna+o
B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어. 흔들림 하나 없는 바른 눈빛으로.
나는 B의 대부분의 감정표현은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해. 우는 시늉을 하지만 즐거워 죽겠다던지, 무표정하지만 장난기로 눈이 반짝거린다던지.
하지만 도저히 읽혀지지 않아.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동정하는 것 같기도 해. 슬픈 것 같기도 하고, 어딘지 모르게 당황한 것 같은 기색도 느껴져.
169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1:02:53.50 ID:hd4AwoEna+o
밤공기는 차가웠어. 공기는 얼어붙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먼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적막했어.
아, 안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어.
좌절하거나 절망스럽지는 않았어. 각오는 하고 있었어. 머리로는. 확률을 따지자면, 굳이 계산할 것도 없겠지.
하지만 눈가가 다시 뜨거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어.
170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1:08:23.82 ID:hd4AwoEna+o
도망치고싶었어. 눈물이 나왔으니까. 나잇살이나 먹고 이게 무슨 추태인지 모르겠어.
"미안" 이라고 말을 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안나. 했다고 해도, 제대로 된 발음일 리가 없었겠지.
그대로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어. 뒤에서 뭔가 덜컹 하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아.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어. 이게 무슨 청춘드라마도 아니고 쪽팔린다는 생각을 하고, 죽고싶은 생각을 하며 달렸어.
...솔직히 지금 떠올리자면,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었는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어.
171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2:43:08.38 ID:4ly6aUja+BE
아 돌아왔구나 스레주 ㅜㅜ다시 다 읽었다..스레주 힘내!!
172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2:56:08.58 ID:hd4AwoEna+o
얘기하다가 갑자기 사라져서 미안했어.
...미안하단 얘기를 수십번 하는 하루구나.
야자를 하지 않게 된 건 부모님과 의논하고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한 소리 듣고 왔어.
나머지 이야기는 내일 할게.
173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2:58:34.71 ID:HoWpJCHiniM
그래 그럼 내일보자
174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3:21:50.22 ID:jyxrrbQijdQ
방금 정주행했다ㅠㅠ시험을 앞두고 난 뭐하는거지...
스레주 얼른와! 다음내용이 궁금해ㅠㅠ!
175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3:33:16.83 ID:MV1MFfQUZxo
>>174 나도 시험 앞두고 이러고 있다..ㅋㅋㅋㅋ
스레주 드디어 돌아왔구나! 나 정말 오래 기다렸어 ㅠ
난 스레주가 하는 얘기를 듣고 싶어서 온 거야!
혐오스럽다거나 널 비난하러 온 거 아니니까 편하게 썰 풀어줬으면 좋겠어.
애초에 싫었으면 레스달러 오지도 않는걸.
그리고 스레주 미안하다고 하지마 ㅠ
그냥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던가 레스 달아줘서 고맙다던가..
조금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보자!
내일 또 올게!
176 이름:이름없음 :2011/06/20(월) 23:34:46.23 ID:m-78P6yut+hMQ
아 스레주 ㅜㅜ 힘내 !!
177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2:31:00.98 ID:J6H1SZzUAAg
스레주가 왔습니다.
178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2:33:20.22 ID:vXRCVtVgnng
동접 !!!!!!!!!!!!!!!!!!!!!!!!!!!!!!!!
179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2:33:44.54 ID:vXRCVtVgnng
>>178 어라 왜 스톱이 달렸지
180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2:35:38.89 ID:90vBMNoI+NY
스레주 어서와ㅠ
181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2:40:26.32 ID:J6H1SZzUAAg
유치하고 웃기는 얘기지만, 그래도 듣고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의 다음을 풀게.
...뭐 조금 솔직하게 말하자면 누구한테라도 말하고 싶을 뿐이야. 달리 말할 상대가 없으니까.
182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2:42:22.51 ID:Hg+0MvSiW7o
응응ㅠㅠ
183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2:52:02.11 ID:90vBMNoI+NY
말해봐ㅠㅜ 무슨일이야?;;
184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2:58:21.56 ID:J6H1SZzUAAg
운동하고 거리가 있는 나라서, 얼마 달리지도 못하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달리기를 멈췄어. 학교 운동장 한 구석.
울음섞인 숨을 몰아쉬면서, 학교에서 신는 슬리퍼에 가방도 학교에 놔둔 채 웃기는 꼬락서니로 집으로 돌아갈수밖에 없었지.
185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3:03:46.44 ID:90vBMNoI+NY
ㅠㅜ 계속말해봐 스레주ㅜ
186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3:04:40.67 ID:J6H1SZzUAAg
엄마와 누나에게 자신이 왜 그런 몰골로 집으로 돌아왔어야 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건 의외로 쉬웠어.
힘든 일이 있겠지- 라고 생각했는지 "신발은?" "가방은?" 라고 물어봤을 뿐, 깊게 묻지는 않았거든.
다음 날, 학교에 왔어. ...실은 난 B의 반을 지날 때 B랑 마주치고싶지 않아서 고개를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슥 슥 지나갔는데
우리반에 도착하니 내 책상에 거만하게 앉아있는 건
다름아닌 B.
187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3:14:11.26 ID:90vBMNoI+NY
B와는 얘기를해본거야??
188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3:17:02.18 ID:J6H1SZzUAAg
나는 반으로 들어가다가, 나도모르게 뒷걸음질쳤다.
B는 어제처럼 속을 짐작할 수 없는 눈초리로 나를 쓰윽 훑어보더니, 세상 만사 바쁠 것 하나도 없다는 듯 천천히 걸어왔어.
189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3:17:39.75 ID:ZT11Z+jYyBE
스레주.. 가버린거야? ㅠ?
190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3:17:52.36 ID:J6H1SZzUAAg
>>187 무슨 얘기?
191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3:18:09.55 ID:ZT11Z+jYyBE
>>188 아.. 아니구나;; 미안
192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3:18:35.21 ID:J6H1SZzUAAg
>>189 타자도 느리고 네트워크가 불안정해서 잘 안올려져... 좀 느리더라도 이해해줘.
193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3:25:45.97 ID:J6H1SZzUAAg
B는 주머니에 찔러넣고 있던 오른 손을 끄집어내서 내게 들이밀었어.
겁많은 난 때리는 건줄 알고 흠칫 했는데, B는 팔을 내게 내밀었을 뿐이었어.
걷어올린 와이셔츠아래의 팔은, 온통 어딘가 긁힌 것 같은 상처로 엉망. 보고 있는 내가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심했어.
밴드가지곤 감당도 안될 길고 두꺼운 생채기들이 잔뜩 나 있었어.
194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3:28:42.83 ID:J6H1SZzUAAg
"어제."
내가 놀라 있는 사이, B는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어.
"새끼 너 쫓아가다가 넘어졌어. 운동은 안한다던 주제에, 존나 빠르던데."
...무슨 할 말이 있겠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안" 하고 사과했다.
195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3:30:28.80 ID:jI981Kuova+
느려도 괜찮아! 나 보고있어!
196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3:33:15.25 ID:J6H1SZzUAAg
"너 임마, 내가 자빠져서 웅크리고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잘도 가더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건 생각도 못했다.
달리 할 말이 있을까. "...미안" 이라고 할 수 밖에.
"새끼, 미안한줄은 아냐."
"...응."
"그럼 학교 마치고 남아라."
197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3:37:53.93 ID:J6H1SZzUAAg
그 말만 남기고 B는 자기 반으로 돌아가버렸어.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어.
B는 어지간해서는 열받지 않는 대신 화가 나면 그 화를 푸는 데 방과후 까지 시간을 들일 성격이 못되. 바로 주먹을 휘두르면 휘둘렀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오늘은 그렇게 하려고..." 하는 걱정이 들어서 때때로 가슴 한켠이 철렁했지.
거절당하는 거야 각오 하고 있었지만, 설마 때리기까지 할 줄이야...
198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3:40:19.57 ID:msBygLnTNgk
동접이군
199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3:43:00.27 ID:J6H1SZzUAAg
남자인데 남자를 좋아하게 되서는, 고백했다가 거절당하고. 심지어 그 남자에게 맞는다?
웃지 못할 코메디.
더욱이 그 코메디의 주인공이 내가 되어서야...
200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3:47:20.69 ID:J6H1SZzUAAg
수없이 가슴을 졸이고, B가 그럴 리가 없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그렇게 수업에는 조금도 집중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고, ...의외로 시간은 빨리 흘렀다.
어느 새 야자를 마치는 종까지 울리고, 꼭 사형대를 눈 앞에 둔 사형수같은 기분으로 자리에 앉아 B가 오길 기다렸다.
200.5 이름:레스걸★ :2011/06/21(화) 23:47:20.69 ID:???
레스 200개 돌파!
201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3:50:01.56 ID:jI981Kuova+
으.. 보는 내가 심장 떨려 ㅠ
202 이름:이름없음 :2011/06/21(화) 23:51:01.88 ID:Hg+0MvSiW7o
나도 떨려..
203 이름:이름없음 :2011/06/22(수) 00:02:45.71 ID:AgBQG5nP8hU
스레주 왔구나 ㅠㅠ B는 이 때도 뭔가 친절한 것 같아..
204 이름:이름없음 :2011/06/22(수) 00:09:55.55 ID:QaXqGUCaR9Y
스레주 자러간건가...
205 이름:이름없음 :2011/06/22(수) 00:11:34.30 ID:MxQU2AhN4ds
스레주는 엄청 신출귀몰하는것 같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궁금하다
206 이름:이름없음 :2011/06/22(수) 00:12:25.26 ID:pCVzZQNbG+s
으아, 깜빡 졸았다.
스레딕 할 때는 침대에 누워서 넷북으로 하다보니 가끔 이러네.
미안한데, 내일 계속해도 될까? 질질 끌어서 미안...
207 이름:이름없음 :2011/06/22(수) 00:12:50.48 ID:xAPMbDPXoHo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라졌나?ㅠㅠ
208 이름:이름없음 :2011/06/22(수) 00:14:08.82 ID:pCVzZQNbG+s
음, 조금 졸리긴 하지만 버틸 만 하네.
무슨 하이킥도 아니고 끊을 타이밍이 아니니 조금만 더 쓰다가 잘게.
209 이름:이름없음 :2011/06/22(수) 00:17:27.97 ID:pCVzZQNbG+s
잔뜩 긴장해 있어서, 뭔가 차가운 게 목 뒷덜미로 들어왔던 순간 엄청 놀랐어.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팔을 휘두르다가 B의 턱을 올려쳐버렸어.
나는 나대로 손이 아파서 펄쩍 뛰고, B는 녹다운. 어쩐지 웃으면서 아파하고 있었어.
210 이름:이름없음 :2011/06/22(수) 00:20:40.77 ID:QaXqGUCaR9Y
뭔가 웃으면 안되는 부분인 것 같은데 재밌..네. 상황이
211 이름:이름없음 :2011/06/22(수) 00:21:01.19 ID:pCVzZQNbG+s
"앜(키읔키읔키읔키읔) 아야얔, 너(키읔키읔키읔) 임마앜 아아앜"
"미, 미안! 괜찮아? 손 치워봐."
하필 때린 곳이 어제 다쳐서 밴드 발라놨던 곳이었어. 밴드의 접착부에서 딱지가 투두둑 뜯어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212 이름:이름없음 :2011/06/22(수) 00:22:35.95 ID:YrvawDa75bQ
계속 기다리고 있다.ㅠㅠ
213 이름:이름없음 :2011/06/22(수) 00:24:23.66 ID:pCVzZQNbG+s
B는 그 뒤로도 한참을 웃더니, 내 얼굴을 보더니 피식 웃더니 너덜너덜 제대로 안붙는 밴드를 자기 턱의 피딱지와 함께 지이익 찢어버렸어.
...나는 딱 봐도 아플 것 같은데, 막상 자기 자신은 "어차피 슬슬 간지러워서 짜증나던 참이야" 같은소리나 하고 있다니...
214 이름:이름없음 :2011/06/22(수) 00:28:16.24 ID:pCVzZQNbG+s
그 뒤론, 서로 별 말 안했어. 아까전에 B가 내 목덜미에 들이밀었던 봉봉을 홀짝거리면서 시간은 점점 흘렀지.
그 시간이 못내 짜증이 났는지 B는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왜 남으라고 했는지 물어봐."
...그냥 말해주면 안되는 건가.
215 이름:이름없음 :2011/06/22(수) 00:29:55.69 ID:xAPMbDPXoHo
으아 보고 있어!
많이 졸리면 졸린다고 말하고 가주길 ㅠ!
216 이름:이름없음 :2011/06/22(수) 00:45:58.04 ID:pCVzZQNbG+s
얘들아 미안! 도저히 못견디겠어! 몇번이나 졸다가 겨우 쓴다.
내일 많이 쓸테니 오늘은 봐줘!
217 이름:이름없음 :2011/06/22(수) 01:13:16.56 ID:m-zwLfCkbXF1w
아 스레주 괜찮아!!! 항상 응원하고 있다!!!
218 이름:이름없음 :2011/06/22(수) 01:35:41.04 ID:m-nILTqAqzI9+
이 스레 지금 정독했다!!! 스레주 빨리와줘 ㅠㅠㅠ
219 이름:이름없음 :2011/06/23(목) 22:13:07.29 ID:BovQ7a28652
ㄳ!
220 이름:이름없음 :2011/06/23(목) 22:59:58.25 ID:qcp7f+sOvew
ㄳ! 스레주ㅠㅠ 어디 간거야ㅠㅠ 빨리와ㅠㅠ
221 이름:이름없음 :2011/06/24(금) 00:32:58.57 ID:j3IVRCfhsFw
ㄳ! 돌아와 스레주ㅠㅠㅠㅠ
222 이름:이름없음 :2011/06/24(금) 03:02:40.45 ID:LohgDC4DdkE
으아 진짜 가슴졸인다!! 애태우지말아줘 스레주우우 ㅠㅠ
223 이름:이름없음 :2011/06/24(금) 03:31:08.32 ID:Z5EF5M++Afk
스레주 안녕, 방금 스레 정독하고 왔어. 음..원래 스레 세워진 거 보기만 하고 레스도 잘 안 달고 해서 지금 이렇게 타자치고 있는 것도 어색하긴 한데 왠지 모르게 남기고 싶어서 남겨. 자주 남겨보질 않아서 혹시 내가 실수하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224 이름:이름없음 :2011/06/24(금) 03:31:59.26 ID:Z5EF5M++Afk
>>223
스레주는 자꾸 자기 글 솜씨 좋지 않다고 하는데 차분하고 깔끔해서 잘 읽혀. 자기감정, 생각도 잘 표현하는 것 같고.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난 이런 글, 아니면 문체라고 할까, 좋아해. 고등학교 2학년..지금도 어른스럽다곤 할 수 없지만, 이때만 해도 난 어수룩했는데 스레주는 정말 어른스럽다. 또 B와 Y의 성격도 좋아서 그런 친구를 둔 스레주가 부러울 정도야.
이미 한참 전 일이지만 그 애들한테 맞았던 거, 그때의 스레주에게 괜찮으냐고 물어보고 싶다. ..괜찮아? 압정 정도야,라는 말에 씁쓸했는데..대체 어느정도까지 당해봤길래, 난 짐작도 못하겠지만..지금 스레주가 해준 말도 들으면서 어쩌면 사람을 이렇게까지 괴롭힐 수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
....잘못된 접근이라니.
225 이름:이름없음 :2011/06/24(금) 03:32:36.33 ID:Z5EF5M++Afk
>>224
155번 레스 읽으면서 스레주 마음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 된 것 같아. 그러니까.. 이 말을 논리적으로 이해는 했는데 감성적으론 잘 안된다. 내가 워낙 남에게 신경을 잘 안쓰는 편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어. 아, 물론 비난은 하지 않아. 비난이라니, 그걸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내가 스레주를 나쁘게 말할 이유도 없다구. 오히려 칭찬을 할 수 있다면 칭찬을 해주고 싶어. 스레주는 생각이 깊구나..세상에는 그걸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말이 길어졌다.. 스레주가 깊은 이야기를 해 줘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만큼 표현해야겠다 싶었던 건데. 그래도 충분치 않은 듯한 기분이 들어. 스레딕이 조금은 가볍게 스쳐지나가는 분위기가 있어서 이런 말이 쑥쓰럽기도 하다ㅋㅋ 스레주야 나머지 이야기도 기다릴 게. 기다린다고 해서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와. 기다린단 의미가 그거잖아?
226 이름:이름없음 :2011/06/24(금) 22:31:21.48 ID:DR9t5nkt5xY
스레주를 응원하는 사람이 늘 수록 내 마음이 다 좋아지네ㅠㅠ
227 이름:이름없음 :2011/06/24(금) 23:52:08.45 ID:nxMqUwPJd1Y
ㄳ!
228 이름:이름없음 :2011/06/25(토) 00:49:01.87 ID:V1WZZGR9kr+
스레주! 갱신하러 왔어~
늘 스레딕와서 이 스레 확인하고 있어.
나 스레주 응원하고 있으니까!
와서 나머지 썰도 풀어주길 바래 ㅋ
타자 느려도 괜찮아! 스레주가 하는 얘기 듣고 싶어서 온거니까!
229 이름:이름없음 :2011/06/25(토) 12:41:23.98 ID:eWayR++1zZ2
ㄳ~~~~ 얼른 와 스레주 ㅠㅠ
230 이름:이름없음 :2011/06/25(토) 18:09:07.39 ID:RgkEBeKaA2U
퀴어판에서 이게 단연 최고인거같다 갱신!
231 이름:이름없음 :2011/06/25(토) 19:33:08.74 ID:y1+EQx8xa3g
스레주 보고싶어!~~ㅠㅠㅠ기다릴께~
232 이름:이름없음 :2011/06/25(토) 21:36:44.69 ID:RgkEBeKaA2U
ㄳㄳ
233 이름:이름없음 :2011/06/25(토) 22:23:39.12 ID:F31scAGW6MI
스레주가 왔습니다.
하지만 미안해. 오늘도 이야기는 못할 것 같아. 누나가 쓰는 컴퓨터가 고장나서, 누나가 넷북을 쓰고 있으니까.
누나가 "싸고 좋은 컴퓨터"를 사겠다고 인터넷을 북북 뒤지다가, 조립컴퓨터에 대해 알아차리곤 어쩐지 신나서 컴퓨터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
그게 벌써 3일 째...
넷북을 돌려달라고 하고싶지만, 당장에 쓸 일은 너희들에게 해 줄 이야기 뿐이고...
난 누나에게 고마운 부분이 많아서 그렇게 신나게 쓰고 있는데 아직까진 뺏고싶진 않아. 조금만 더 기다려줄래?
내일 누나가 주문한 컴퓨터가 완성되니까, 모레부터는 이야기 해 줄 수 있을꺼야.
234 이름:이름없음 :2011/06/25(토) 22:29:35.16 ID:F31scAGW6MI
>>224 고마워. 어수룩한 글솜씨 칭찬해줘서.
...중학교때 일이라면, 뭐 솔직히 압정같은 건 눈에 띄니까 거의 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당한다 해도 티도 얼마 나지 않고 좀 아프고 마는 정도니까.
하지만 정말 악질인 건, 의자에 풀과 함께 잘 티가 나지 않는 걸 발라놓는 다거나 해서 교복에 묻게 해서 하루종일 웃음거리로 만든다던지,
들고 온 mp3나 핸드폰, 지갑 같은 걸 몰래 들고 가버린다던지, 필요한책을 찢어놓는다던지... 아무튼 돈 들어가는 장난을 해놓으면 제일 속상했어.
용돈으로 어떻게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그 때 마다 누나나 어머니께 손을 벌려야 했으니까, 그게 너무 미안하고 비참했지.
B와 Y. 그리고 그 친구들은 내게 있어서 자랑거리야. 딱 봤을 때 질 좋아보이는 애들은 아니지만 의리있고 착하고 재밌어. 부럽다니 우쭐한다!
235 이름:이름없음 :2011/06/25(토) 22:32:31.39 ID:F31scAGW6MI
>>225 그건 정말로 잘못한거라고 생각해. 생각이 깊은 건 문제가 못되지.
중요한 건, 생각이 깊든 아니든 그걸 "알면서" 했다는 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용서가 힘들 것 같아. 괴로워.
기다려 준다니 고마워. 최대한 빨리 돌아오도록 노력해볼게.
236 이름:이름없음 :2011/06/25(토) 22:33:01.97 ID:y1+EQx8xa3g
정말 그런 악질들도 있구나...ㅠㅠ
그래도 정말 든든한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인듯~~ 나도 부럽
237 이름:이름없음 :2011/06/25(토) 23:55:55.15 ID:V1WZZGR9kr+
스레주 친구들은 정말 멋진 것 같아.
그럼 모레쯤에 오는거지?!
마음놓고 기다릴게 ㅋ
시험기간이라서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스레주 얘기 무지무지 듣고싶걸랑 ㅋㅋ
모레쯤에 보자 스레주! 모레가 기다려진다 ㅋㅋ
238 이름:이름없음 :2011/06/26(일) 18:23:23.15 ID:I20yJUCTFAE
rt
239 이름:이름없음 :2011/06/26(일) 21:53:00.12 ID:QVxRGs49hj+
갱신!
스레주 내일 오는거 맞지??
240 이름:이름없음 :2011/06/27(월) 02:03:01.40 ID:YZd4DfBDwps
ㄳ! 스레주 힘내 기다릴테니깐
241 이름:이름없음 :2011/06/27(월) 02:39:35.25 ID:ie60p5pOoZg
어째서 아직까지 없는걸까
242 이름:이름없음 :2011/06/27(월) 16:45:10.66 ID:jKSRaxKt3HU
스레주 어디갔냐.
243 이름:이름없음 :2011/06/27(월) 18:17:43.28 ID:t6J1dc5eXdw
밤에오는거야 스레주??
244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18:15:36.15 ID:va2XssABB1Q
갱신!! 빨리와 스레주!
245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18:50:01.27 ID:v+N7Fyi+sPw
스레정독했어!!!빨리와 스레주!
246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0:01:10.36 ID:VuVaLBmCfVo
갱신! 스레주 어뎌~ 기다릴께!ㅠㅠ
247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1:19:37.19 ID:L0Nku2kqDwo
어제 누나가 그래픽카드 조립을 실수해서 그 원인을 찾는다고 내 넷북을 돌려주지 않아서 어제 돌아오기에 실패했다...
지금은 다 조립하고 os 설치 하고 있어서 돌려줬다. 안녕. 스레주야.
248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1:20:45.81 ID:L0Nku2kqDwo
그럼 바로 이야기 풀게.
249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1:27:51.76 ID:L0Nku2kqDwo
"...왜 남으라고 했는데."
화가 난 것도 아닌데, 긴장으로 퉁명스럽게 말했어. 하지만 B는 그런 건 신경도 안쓴다는 듯이 씨익 웃고 말했다.
"맞춰봐."
...이 상황에서 대체 뭘 하고싶은 걸까, 얜.
맞지는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것도 잠시, 얘가 날 데리고 장난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화가 치밀어올랐어.
"짜증나게 하지 마."
스스로 들어도 정나미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
250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1:41:46.66 ID:L0Nku2kqDwo
b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럴 려고 한 말 아니다."
"그럼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데!"
물론 이렇게 순한 말로 하진 않았어. 평소엔 욕 하는 거 별로 안좋아하고 안하려고 하는 편인데, 그 때의 난 정신적으로 한계였었던 것 같아.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차였(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맞(을 거라고 생각했)고, 뭐 그런 일들 때문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보니 드디어 한계에 도달한거지.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당했던 B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 땐 내가 너무 힘들어서 b 생각 해 줄 여유가 없었다...
별의 별 욕이 다 쏟아져 나왔어. 말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저 내 답답함을 풀려고 하는 말들이었지. 지금 와서야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나.
B는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고 내 말을 듣고 있었어.
251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1:44:37.42 ID:L0Nku2kqDwo
결국 더 할 말도 더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마구 말을 토해낸 나는 말을 멈췄고, B는 돌일까 싶을 정도로 얼굴을 굳히고 날 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어.
"다했냐?"
그리고 내 얼굴이 오른쪽으로 휙 돌아갔다.
252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1:49:54.00 ID:L0Nku2kqDwo
지금 생각해봐도 별로 아프진 않았어. 아무리 손바닥이라도 나중에 봤을 때 상처도 뭣도 없었던 걸로 봐서 손속을 두고 때렸던 거겠지.
나는 B에게 맞아 화끈거리는 뺨을 부여잡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했어.
이윽고 머리가 제대로 돌아갈 때 쯤 되어서는 별의 별 생각을 다 하기 시작했지.
내가 너무 심했다는 생각 부터, 무섭다는 생각에, 이건 더 재볼것도 없이 실연이라는 생각까지.
진짜 요즘들어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또다시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어.
253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1:53:39.56 ID:L0Nku2kqDwo
우와, 쓰다보니 느끼는 건데, 나 정말 찌질했네.
도망가고 싶었어. 폭력의 가해자로부터 몸을 피하고 싶은 것은 물론, 그보다 더 여러가지 감정이 있는대로 몰아쳤어.
...더 화내고 날 싫어하는 B를 더 보고 있을 자신이 없었어.
254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2:02:35.44 ID:L0Nku2kqDwo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패턴인 것 같지만, 무시해줘. 몸을 돌려 도망쳤어. 도망치려고 했지.
하지만 몸을 돌린 순간, 팔이 잡히고, 끌려들어가듯 잡아당겨졌어.
눈을 꽉 감았어. 한 대 더 맞으려나 하고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어.
B는 나를 끌어당겨서 꽉 안고 있었어.
255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2:13:21.53 ID:60QsXCSN8g6
남자간은, 이렇게도 되는구나..b,좋은 사람이네
256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2:14:01.71 ID:L0Nku2kqDwo
"...미안하다, 때려서. 근데 새꺄 너도 잘한 건 없어. ...나 나름대로는 농담이었는데."
대답은 못했어.
257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2:20:21.30 ID:L0Nku2kqDwo
미안하기도 하고, 뭔가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그 이상으로 B의 품은 기분이 좋아서 떨어지고 싶지는 않았고.
그렇게 서서히 내 감정이 진정되고 있을 무렵, B가 입을 열었어.
"농담은, 아니었지?"
"...응"
"...그래, 네가 그런 걸로 농담을 할 놈이 못되지."
258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2:27:10.58 ID:L0Nku2kqDwo
조금의 침묵 뒤, B가 다시 입을 열었어.
"...고민 많이 했다. ...여러가지로."
"역겨워?"
B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진 않아. 너랑 약속한것도 있고. ...그러고보면 너 그거, 다 예상 하고 다짐 받아 낸 거지? 넌 알고 보면 음흉한 놈이니까."
가슴 한구석이 푹 찔려서 입을 다물었어.
259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2:32:01.96 ID:6ISlLmFJjy+
알고있었구나 b ㅠㅠㅠㅠㅠㅠㅠ
260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2:34:20.10 ID:L0Nku2kqDwo
음흉한 놈. 이라며 내 귀를 살짝 잡아 당긴 B는 말을 이었다.
"역겹거나 화가 난 건 아냐. ...좀 많이 당황하긴 했지만."
어제의 그 미묘한 표정은, 당황한 얼굴이었던 거구나. 하고 머릿속으로 기억해두고, 귀를 기울였어.
"난... 한번도 생각 해 본적 없어. 남자랑 사귄다든가... 뭐 특별히 기분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런 사람이 있을 거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 뭐 아무튼간에..."
답지 않게 B는 횡설수설했어. 언제나 딱딱 부러지듯이 하는 B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내 고백이 정말 당황스럽긴 했던가 봐.
261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2:46:37.75 ID:l5VjxlKTvjs
스레주 어디갓엉 ㅠㅠ
262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2:55:44.68 ID:L0Nku2kqDwo
으아악, 씨발, 하고 머리를 북북 긁던 B는 결국 횡설수설을 "어쨌든 간에!"라고 소리지르는 걸로 끝냈다.
"...오늘은, 네 고백에 대한 대답을 들려주려고 부른거야."
...절로 등줄기에 힘이 들어갔지.
B는 피식 웃으며 긴장하기는 하고 말했다.
263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2:57:45.24 ID:8fs19N1mEkw
>>262
B는 사람을 갖고 놀 줄 아는구나ㅠㅜㅠㅜ..
왠지 내가 발끈하게 된다!
264 이름:이름없음 :2011/06/28(화) 23:26:26.82 ID:WnTkBqJ5Ip+
정주행했는데, 이런거 영화나 소설로 나왔으면 좋을법한 스토리랄까 ㅋㅋ
265 이름:이름없음 :2011/06/29(수) 02:49:55.12 ID:1ZuwvsEdHQk
갱신
266 이름:이름없음 :2011/06/29(수) 11:48:57.43 ID:OTBQ9MJ++Ls
갱신!!! 스레주 쓰다가 증발했다.ㅠ
267 이름:이름없음 :2011/06/29(수) 19:24:40.59 ID:6SUCKYEhbjk
갱신! 스레주ㅠㅠ 빨리와ㅠㅠ
268 이름:이름없음 :2011/06/29(수) 20:22:13.08 ID:eH5kt6HwPnY
으아! 스레주 어딨어! 기다리고있다!
269 이름:이름없음 :2011/06/29(수) 20:58:09.03 ID:mxTnNmCJ0sQ
스레주 이 남자야//이 밀당하는 남자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
몇주동안 내 속을 이렇게 말리다니ㅋㅋㅋㅋㅋㅋㅋ
나 내일 시험인데도 너를 기다린다!
10시쯤 넘으면 오겠지ㅎㅎ 여튼 애정으로 ㄳ
270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19:43:48.61 ID:p7DLuZgM3yc
ㅠㅠ오늘도 안 올라왓네! 스레주 뭔 일 있나..ㅠㅠ ㄳ
271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1:24:14.62 ID:we75HEwhyXo
..미안해... 별 이유 없었어... 까먹고 안왔어...
스레주가 왔습니다.
화요일엔 쓰다가 잠들었다. 요즘 왜 이렇게 졸린가 모르겠어.
272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1:24:56.07 ID:28WBSM4lsEQ
왔구나!!!! 춘곤증이 늦게 왔나 ㅠㅠ
273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1:29:54.03 ID:we75HEwhyXo
>>272 춘곤증은 좀 아니고, ...하도 누나에게 시달려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네.
274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1:35:38.04 ID:28WBSM4lsEQ
>>273 그렇구나 지금 퀴어판에 나밖에 없나 ㅋㅋㅋㅋㅋ
썰풀거 있어? 그렇게 끊어버려서 완전 걱정했었어
고백했다가 안좋은일 당한 사람들 많으니까 ㅠ
275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1:36:31.62 ID:G7gSt83Q0DI
스레주!!!! 무슨일 있었어??ㅠㅠㅠㅠㅠ
276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1:36:57.87 ID:we75HEwhyXo
>>274 그렇게까지 안좋은 일이 있었으면 거기까지 쓸 필요가 없었겠지!
그럼 계속 썰 풀게.
277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1:45:02.76 ID:we75HEwhyXo
"꽤 고민 했는데, 암만 생각해도 남자랑 사귀는 건 아직 영 거부감이 있어."
순간,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 앉았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직접 눈앞에 들이밀어진 현실은 생각보다 쇼크가 크더라.
278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1:49:31.36 ID:we75HEwhyXo
"그럼..."
"그래. 니가 날 좋아한다고 내가 널 좋아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이해하지?"
...부아가 치밀었지만, 당연한 얘기다. 주저앉아 울며 떼라도 쓰고 싶었지만, 물론 자신이 생각해도 그건 용납이 안되는 행동이었지.
남한테 감정을 강요 할 수는 없어. 그정도는 알고 있어.
강요하지 않아도 나를 향하는 마음을, 나도 모르게 기대하고 있었던 게 문제지.
279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1:49:48.78 ID:28WBSM4lsEQ
>>277 어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시작할때도 예상한거였잖아 ㅠ
280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1:58:46.55 ID:we75HEwhyXo
응... 하고 간신히 대답하긴 했지만, 그 상황에서 웃을 수는 없더라.
B는 내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팔을 뻗어왔어.
힘도 없이 끌려간 나는 B의 품에 안겼어.
"따듯하다. 너."
잠시 입을 다문 B가 말을 이었다.
"난 널 잃고싶지 않아. 내 신조가 어떤진 알지?"
친해지기가 쉽지가 않지, 친해지고 난 후의 B는 친구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가져. "진짜 친구" 라고 표현하면서.
그리고, 그 친구가 자신이 싫다고 떠나지 않는 한 절대 손을 놔주지 않지.
B의 말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그래. 연인이 되어 줄 수는 없지만 친구가 되자.
281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03:23.10 ID:we75HEwhyXo
얼어붙은 입을 간신히 열어 알았어. 라고 대답하자, B는 알긴 뭘 알았냐. 라고 투덜거리듯이 중얼거리더니, 말했다.
"야, 너. 내가 빨리 감정정리 하라고 하면 되겠냐."
"...아니."
"나도 그럴 것 같다."
...?
282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03:52.42 ID:xjs9uAsUcr6
스레주 마음 이해한다 내단짝친구가 b랑 비슷하거든 연인은 될수없지만 친구는 되줄수있있는친구
나도 고백햇다가 거절당하고 지금은 예전처럼 그대로 지낸다
283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07:07.40 ID:we75HEwhyXo
"나도 예전에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어. ...너한테 말하기는 뭐한 얘기지만. 그 여자도 딱 나같이 말했어. 친구가 되자. 라고."
...확실히, 나한테 말하기는 좋은 내용이 아냐.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래서?" 라고 되물었어.
"그 여자랑 난 결국 친구도 뭣도 아닌 상대가 됐어. ...뻔한 얘기지만, "난 네가 좋아" 라고 얘기한 남자랑 거리낌 없이 친구로 지낼 수 있다면 그게 무슨 정신병 걸린 여자야?"
284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08:48.45 ID:G7gSt83Q0DI
아...... 어쩌니ㅠㅠㅠㅠㅠㅠ..
285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14:25.29 ID:we75HEwhyXo
....그래서 대체 무슨소리가 하고 싶은거냐, 라고 물어보고 싶던 찰나에 B가 말을 이었어.
"근데 난 정신병 걸린 놈이라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잠시 뜸을 들이고 나서 B는 말했어.
"...감정정리 라는게 그렇게 쉬운 거 아니라는 거 알고 있어. 그러니까 난 너한테 그걸 하라고 할 생각 없어. 넌 계속 날 좋아해라. 이전의, 친구처럼 날 대하지 못해도 상관 없어. 난 할 수 있으니까."
286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15:48.22 ID:LC+Zl53fWSg
스레주 ㅠㅠㅠ 지금 다 읽고왔는데 ㅠㅠㅠㅠ
287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16:26.65 ID:28WBSM4lsEQ
뭐야 존나 멋있다 b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88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18:33.37 ID:we75HEwhyXo
"뭐 나라고 누가 나 좋아한다는 데 마냥 싫지만은 않고... 아니, 아 말이 존나 꼬이는데. 좋아. 요약해서 말할게."
잠시 말을 요약하느라 그런지, B는 말을 끊었어. 잠시 골똘히 생각하는가 싶더니 말해왔지.
"난 오늘 들은 고백 못들은 걸로 할게. 난 널 그냥 친구로 대할테고, 넌 이전에 해 왔던 것 처럼 날 좋아하던가, 아니면 감정정리 하던가. 그리고 감정정리가 안된다 싶으면..."
B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지며 빨갛게 됐어. ...이런 얼굴 처음 본다.
"...날 꼬셔라."
....엥.
289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20:27.07 ID:28WBSM4lsEQ
..........moraguyo?
아 금새 써먹어서 왠지 미안함...
290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22:03.70 ID:LC+Zl53fWSg
>>228 앜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앜ㅋㅋㅋㅋㅋㅋ B!!!!!B!!!!!B!!!!!!!!! 뭐야 ㅋㅋㅋㅋㅋㅋㅋ진짜 멋있어. 뭐야 ㅋㅋㅋㅋㅋㅋ
291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22:46.53 ID:aWuWN2K9A1k
아부럽닼ㅋㅋㅋㅋㅋㅋ
292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24:32.88 ID:wb93IkNjBdQ
뭐야 bㅋㅋㅋㅋㅋ
난 위 스레 읽으면서 진짜 멋있다고 생각 중인데.
왜 거기서 '날 꼬셔라'가 나오냐고ㅋㅋ
293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26:01.16 ID:28WBSM4lsEQ
어? 잠깐 스레주 그럼 그냥 꼬셔서 애인으로 삼으면
스레주도 행복하고 다들 행복한 해피엔딩이 되는거냐
게다가 꼬셔라라니 호감있다는 소리지?
294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27:38.21 ID:wb93IkNjBdQ
>>293
어라..? 진짜로 그렇게 되는 거 아니야?
295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28:15.60 ID:LC+Zl53fWSg
근데 그렇다고 진짜 꼬..시는 성격은 아닐 것같은데 스레주..저게 몇일의 일이야?
296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29:47.17 ID:28WBSM4lsEQ
이거 잘하면 레전드 되는거 아니냐
도와주자!! 스레주 혹시라도 진짜 맘있으면 우리가 도와줄게!!
297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30:28.00 ID:XisCBSfgMbc
왘ㅋㅋ 엄청 웃기네 Bㅋㅋ
298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33:01.41 ID:we75HEwhyXo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머쓱했던지 B는 답지도 않게 쏟아내듯이 말했다. 알아듣기 힘들었고 기억하기엔 너무 이야기가 기니까 요약해서 쓸게.
"물론 나좋은 소리만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너도 찔리는 게 있을테지? 그걸로 퉁 치자고."
"남자랑 사귀는 건 거부감이 있어. 그렇지만 넌 좋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간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뭐 아무튼 간에, 열심히 해봐라."
라며- 생전 처음 보는 부끄러워 하는 미소.
남의 말처럼 말하고 있네. 라며, 나도 웃을 수 밖에 없었어.
299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34:12.95 ID:G7gSt83Q0DI
날 꼬셔라 라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멋지잖아!! ㅋㅋㅋㅋㅋ
300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34:46.22 ID:we75HEwhyXo
어쨌든 간에, B는 나에게 "기회"를 주고싶었던 것 같아.
300.5 이름:레스걸★ :2011/06/30(목) 22:34:46.22 ID:???
레스 300개 돌파!
301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35:20.03 ID:LC+Zl53fWSg
이거 플래스가 슨 거아니냐구! !! 스레주ㅜ 할 수 있을것 같아????
302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38:36.73 ID:we75HEwhyXo
>>293
나한테 호감이 있었다기 보다, 그냥 나한테 기회를 주고싶었던 게 아닐까 해. ...내가 그렇게 하는 데에 성공하면 물론 난 좋지. ...나만 좋지만.
>>295
죄송합니다... 진짜 꼬시는 성격입니다... 그것도 터무니 없는 방법으로...
일단 고백한 날짜는 6월 12일. 이 스레를 처음 쓴 날의 일이야.
>>296
도와준다니 고마워! ...그런데 어떻게...?
303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38:37.70 ID:7IawDXM6zQo
왜 읽는 내가 슴가가 선덕선덕..
304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45:07.63 ID:we75HEwhyXo
그 날은, 그렇게 웃고 평소같이 농담을 하며 헤어졌어.
그 다음 날, B는 그런 일이 있었던 것 자체가 꿈같을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날 대했어.
그게 너한텐 그렇게 별 일 아니었냐! 라는 기분으로 아주 조금 부아가 치밀긴 했지만, 뭐 B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지.
305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48:46.45 ID:28WBSM4lsEQ
>>302 내 생일날 고백했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날 이런 역사가 이루어진 거였구나
도와줄게! 막 도와주고 싶어지네
예를 들면 남자들한테 먹히는 꼬시는 방법이라던가?
나 학원언니들한테 이쁨받는 편이라 이것저것 주워들은거 많거든.
아무데도 쓸데 없을 줄 알았는데 이런데서 쓰이네
아니면 인터넷 검색해보면 이것저것 애교부리는 법 나오지 않나?
306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51:23.63 ID:LC+Zl53fWSg
>>302 그래서 어떻게 꼬시기 시작하셨나요ㅠㅠㅠㅠ
307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52:31.23 ID:we75HEwhyXo
...중간부분 다 떼어먹고 꼬시는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308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53:25.96 ID:LC+Zl53fWSg
중간부분 요약이라도 해줘 ㅋㅋㅋㅋㅋㅋ!!!
309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53:37.18 ID:28WBSM4lsEQ
>>307 그래 이런 생략 좋다고!!!!!!!!!!
310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53:59.07 ID:we75HEwhyXo
>>305 나도 애교를 잘 부리는 성격이 못되. 쑥쓰러운것도 있고, "이걸 했다가 오히려 더 이상한 눈으로 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는 스타일이라서.
...근데 이 짓은 어떻게 했는지. 미쳤다고 밖에 할 수가 없어요.
311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55:33.36 ID:XisCBSfgMbc
뭘 어떻게 했는지 궁금한데
312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56:48.60 ID:28WBSM4lsEQ
>>31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앜
음 뭐랄까 여자든 남자든 얘가 날 꼬시구 있구나라는 생각이 안들면
일단 성공인것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시고 있는거 같진 않은데 이뻐보이면 바로 뿅가거든.
지금 짝사랑하는 애도 그렇게 뿅갔습니다.
313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2:56:57.02 ID:we75HEwhyXo
>>308 별 얘기가 없어. 중간부분이래 봤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얘기고, 어차피 학교에 붙어 있었으니까, 옜날처럼 농담도 하고 친구들끼리 몰려다니면서 밥먹고.
사실 B가 그 고백을 못들은 척 한다고 나랑 B가 그냥 "친구 사이"가 되진 못하잖아. 이미 난 B를 좋아하고 있었는 걸.... 결국 뭐 똑같았지.
314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00:53.89 ID:we75HEwhyXo
어떻게하면 꼬실 수 있을까 생각 하다가 내가 내린 결론이란 게... 아오, 이건 좀 있다 얘기할게. 진짜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아무튼 고민하고, 결전의 날을 일요일로 잡고 B에게 "일요일날 자율학습 빼먹고 놀러가자" 고 말했어.
아, 참고로 우리 학교는 고2부터 토 일요일에도 보충수업이랑 자율학습 해. 근데 놀토랑 일요일은 그렇게 강제적이진 않아. 사유가 있으면 말하고 빼면 되고 도망쳐버리면 잔소리나 좀 듣고.
315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02:39.51 ID:LC+Zl53fWSg
뭐 일요일에도 학교를 간다고???? 일요일이면 꽤 지나지않았나...어떤걸 했길래 ㅋㅋ
316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02:52.80 ID:iNKB2Dv4xHk
으어어 두근두근 ㅋㅋ!!
317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03:15.04 ID:we75HEwhyXo
B는 별 생각 없이 ok 했고, 나는 계획을 현실로 옮기기 시작했지.
...진짜 밝히고 싶지 않지만, 내가 생각해낸 방법이란 게...
여장입니다...
318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04:01.40 ID:XisCBSfgMbc
여장..엄청난걸 결심했군
319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05:45.27 ID:+RSKf3gD2Bc
스,스레주 대범하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
320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07:01.88 ID:we75HEwhyXo
왜 이런 걸 하게 됬는지 조금 변명해보자면...
일단 난 B의 취향...이랄지, 끌리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있어. 겉은 멀쩡해 보여도, B는 역시 오타쿠였어.
물론 나도 B나 그의 친구들과 놀다보니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꽤 손을 많이 댔어. 그래서 어떤 걸 좋아하는 지 이해를 하고 있었던거지.
321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08:19.31 ID:we75HEwhyXo
그리고 또 하나. ...체구가 작은 덕에 여장 경험이 제법 있어.
학교 축제때 절대 빠지지 않는 미스 ㅁㅁ콘테스트. ...진짜 한번도 빠짐 없이 뽑혀 나간 것 같다.
322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09:18.94 ID:LC+Zl53fWSg
슼ㅋㅋㅋ렠ㅋㅋㅋ주 ㅋㅋㅋㅋㅋㅋ엄청난 결심인데 ㅋㅋㅋㅋㅋㅋㄱ그거 ㅋㅋㅋㅋ
323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10:14.46 ID:we75HEwhyXo
상도 탄 적 있었고, 친구들의 표현에 의하면 "그대로 입고 나가도 아무도 남잔지 모를거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현대 화장의 힘은 대단한 것 같아.
324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11:01.72 ID:28WBSM4lsEQ
>>323
암 대단하지
참고로 현대 언더웨어의 힘도 대단하지!
325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11:36.52 ID:+RSKf3gD2Bc
미스 ㅁㅁ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것도 있구나...
나는 초딩때 우리반 남자애들이 여장하고 걸그룹 춤 따라한것 밖에 못 봤는뎈ㅋㅋ
그 아이들 화장을 지울줄 몰라서 고생좀 했제
326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11:40.38 ID:we75HEwhyXo
그리고 사실 동기에 대해 더 설명해 보자면, 굉장히 단순한 심리의 작용이야.
남자와 사귀는 게 싫다면, 여자같은 남자는 어떨까? 라고 생각하다가 나온 결론이, 저꼴..
327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12:47.25 ID:2I9r8oDXzsI
1부터 정주행하고왔다. 다음내용 다음내용 어서 !!
328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13:25.11 ID:+RSKf3gD2Bc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멐ㅋㅋㅋㅋ
틀린 사고는 아니지만ㅋㅋㅋㅋ너 있는 그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329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13:38.54 ID:we75HEwhyXo
사실 "데이트 데이트 데이트"에 신경쓰다가, 그 만남이 "B와 나 둘만의 스테이지" 라고 생각 한 것 부터가 에러.
...지금 생각 해보면, 엄청나게 부끄러운 짓을 했다는 걸 자각 할 수 있다. 밤에 자다가도 얼굴이 뜨거워.
330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15:43.56 ID:2I9r8oDXzsI
그런데 스레주 생김새좀 묘사해주면안될까
여장이 잘어울리는 남자라니 !!
331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18:01.18 ID:+RSKf3gD2Bc
그런데 나만 느끼는건지 내 기분이 그런지모르겠지만
왠지 초반에 스레주가 썰 풀때의 문체보다 지금 문체가 뭔가붕붕뜨고 가벼운 느낌이야
처음엔 굉장히 담담했는뎈ㅋㅋㅋㅋ
상황묘사가 아니라 기분묘사여서 그런가.스레주 오늘 고기압인가봐ㅋㅋㅋ
332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18:37.98 ID:we75HEwhyXo
아무튼 계획을 진행했어. 금요일 밤에 어디를 돌아다닐지 체크하고(되도록 밀실이거나 어두워서 잘 안보이는 곳. 영화관이나 멀티방이나 DVD방 같은 데),
옷가지를 누나에게 빌렸다. 축제에 나간다고 하니까 "너 또냨" 그러면서 신나게 웃어제끼더니, 자기 패션가발이랑 옷을 빌려줬다.
B의 취향은 매니악하게도 미니스커트에 오버니삭스. ...이른바, 절대영역의 신봉자.
누나는 내가 고른 옷을 보고 "너 취향 참 독특하구나" 라고 말하면서도 신이 나서는 화장에 매니큐어까지 꼼꼼하게 발라줬다.
...인형취급 당하고 있는 것 같았어.
333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21:14.39 ID:+L1+AHmwkrg
>>332
스레주...정말 대단하다....
334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22:17.52 ID:we75HEwhyXo
>>330 얼굴은 그냥 평범해. 딱히 모난 구석도 없고 특출나게 예쁜 구석도 없고. 원래 먹는 걸 안좋아하다 보니 얼굴이 갸름하긴 해.
여장이 잘어울리는 건 그냥 단순히 키랑 체구가 작고 말라서! 여장이 잘어울리긴 하지만, 예쁘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 본 적 없어.
>>331
원래 좀 익숙하지 못했던 인터넷에 익숙해진 것도 영향이 있고, ...헿, 뭐 기분이 좋다면 좋지.
335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22:31.84 ID:28WBSM4lsEQ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36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23:27.78 ID:we75HEwhyXo
>>333 사랑에 눈이 멀면... 이라고 하고 싶지만, 별 거 아니었어.
사실 누나한테 옷 빌려 달라고 할 때는 많이 떨었는데 정작 누나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듯.
337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24:38.26 ID:we75HEwhyXo
아, 나머지는 샤워하고 나와서 얘기할게.
338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25:06.79 ID:LC+Zl53fWSg
대단하다....둘만의 스테이지 아닐텐데 ㅋㅋㅋㅋㅋㅋㅋ B의 애니캐릭 취향이 보인다....
339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26:11.76 ID:2I9r8oDXzsI
으으!! 기다기고있어
340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33:58.07 ID:LC+Zl53fWSg
근데 결전의 날은 ㅇ일요일 이라고 읽었는데 금요일 밤 계획? 내가ㄴ난독증인건가
341 이름:이름없음 :2011/06/30(목) 23:36:23.14 ID:okA+jqTLrMw
두근반세근반 하면서 잘 보고 있어!
342 이름:이름없음 :2011/07/01(금) 00:10:25.40 ID:7fYRv8GcDPI
으.. 스레주 샤워하고 잠들었나..
343 이름:이름없음 :2011/07/01(금) 00:11:01.17 ID:7oxO9XfxcdY
기다리고있어 ..ㅠ
344 이름:이름없음 :2011/07/01(금) 00:20:01.62 ID:nOlFnPKMk5w
스레주가 왔습니다.
미안해. 하곤증 폭발. 더이상 못버티겠다... 나머지는 내일 할게.
>>340
맞아. 근데 토요일부터 준비하면 아무래도 늦을 것 같고... 그래서 금요일부터 한거지.
345 이름:이름없음 :2011/07/01(금) 00:27:59.12 ID:7fYRv8GcDPI
또 오매불망 기다려야하나...
346 이름:이름없음 :2011/07/01(금) 02:10:30.44 ID:m-RcfOT5MRSR2
스레주는 안졸린날이 대체 언제야
347 이름:이름없음 :2011/07/01(금) 18:32:21.62 ID:NMwYdU4G0Bg
ㅠㅠ스레주 기다리다가 목 빠진다!
348 이름:이름없음 :2011/07/01(금) 22:57:51.91 ID:7oxO9XfxcdY
뭐야 아직이야? 지금이면 야자도 끝나지않았나아아아!
아아 뒷내용 너무궁금하다구
349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00:56:29.27 ID:LnjAK2PRJJU
스레줍니다. 미안! 또 깜빡하고 안와버렸어!
>>346 요즘 왠지 졸린 걸 못버티겠어. ....아니 그보다 시간은 대체적으로 다 늦잖아?
350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01:03:01.61 ID:swTq1wuuKkk
>>349
와~뒷이야기 궁금했다구!!!
351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01:03:54.14 ID:VTtspc0Hmno
>>349 늦게 와도되 피곤하잖아..!그래 스레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오늘도 기대할께!
352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06:35:54.44 ID:jO9Z46vugW2
언제나 기다리고있다구!
353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14:26:21.29 ID:v1Hrha5P6+c
하루종일 자십니까 무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학교에서 다 자고와서 심심하다곸ㅋㅋㅋㅋㅋㅋㅋ
354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17:23:24.15 ID:JFzh77Rvr+g
갱신, 기다리고있어
355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0:47:01.82 ID:Hlog0kJRlIw
와 이스레 진짜재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56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02:55.04 ID:LnjAK2PRJJU
늦은 시간에 왔습니다. 스레주입니다.
357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06:55.84 ID:geQZ6yHuFu+
동저어어어어업!!!!!!!!!!!!!!!!!!!!!
358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08:26.83 ID:KrGdtOmaNwM
어서와 스레주!!!!!
359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08:28.98 ID:LnjAK2PRJJU
>>357 뭐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니잖아... 타자도 느리고, 속만 터질텐데.
360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09:30.81 ID:LnjAK2PRJJU
>>358 환영해줘서 고마워.
...어디까지 했는지 기억 안난다. 보고 올게.
361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13:19.11 ID:LnjAK2PRJJU
보고 왔어.
금요일에 대부분의 준비를 했기 때문에 토요일에 집에 돌아와서는 푹 자기로 했다.
...화장 연습이나 옷을 입어보던가, 남사스러운 짓을 하긴 했지만, 별로 떠올리고 싶진 않아.
362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18:48.79 ID:LnjAK2PRJJU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에 잠도 오지 않고, 긴장도 됬기 때문에 자연스레 잠은 안자고 데이트에 대한 망상으로 시간이 지나갔다.
과연 이게 먹힐까 걱정도 되고, 막연히 먹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보고... 지금 생각해보면 난 참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결국 잠에 든 시간은 12시. 오히려 평소보다 늦게 자는 기염을 토했다.
363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29:37.43 ID:LnjAK2PRJJU
약속은 10시. 다행히 8시에 깨서 준비하고 나가는 데에는 크게 부족한 시간이 아니었어.
먹으면 속이 안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장해서 아침은 먹지 않았고, ...9시나 되야 친구 만나러 나간다는 누나때문에 9시부터 급하게 준비했다.
아버지는 공장에 다니기 때문에 오늘도 출근. 어머니는 친구들이랑 여행간지 이제 이틀 째.
몸을 씻고,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고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하고...
50분 안에 전부 하느라 바빴다.
364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31:11.37 ID:IaqNSNmXYOA
>>363
우왛아아악.스레주 돌아온거야.열심히 볼게!
365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33:55.45 ID:LnjAK2PRJJU
거울을 보고 화장을 고치고 고치고, 평소에 자주 하던 일이 아닌데다가 마음이 급하다 보니 실수나 자꾸 하고..
결국 봐 줄만 하다 라고 느껴질 때 까지 화장을 고친 시간이 10시 10분.... 망했다.
그 와중에도 거울 보면서 다시 확인하고, 가발 만지고, 핸드폰 셀카로 확인하고, 집을 나서서 걸음을 서둘렀다.
뛰고싶었지만, 하의는 미니스커트. ...속바지를 입긴 했지만, 그래도 훌렁 내놓고 다닐 수는 없으니.
신발은 누나의 구두. 하이힐은 아니었지만 앞 뒤 모두 굽이 두꺼워서 걷기 힘들더라...
366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36:00.81 ID:fzv9BufbYrk
스레주 온거야??
367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36:37.63 ID:LnjAK2PRJJU
사실 여장을 하고 밖에 나다닌다니 상상도 못할 일이란 걸, 나오고 나서야 깨달은 난 멍청이...
길거리에 사람이 지나갈 때 마다, 얼굴을 숨기느라 상당히 고생했다. ...누가 힐끗 보기라도 하는 순간엔, 가슴이 철렁거렸어.
우여곡절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저 멀리 보이는 B. 반갑게 다가가다가.....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368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37:25.03 ID:LnjAK2PRJJU
>>365, 367 응, 와서 내 부끄러운 얘기를 하고 있다...
369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37:49.67 ID:fzv9BufbYrk
왜 !!!!왜야 !!!어째서 !!!
370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41:27.52 ID:LnjAK2PRJJU
눈치 없는 B. 멍청한 나. 그 둘이 빚어내는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
약속장소에는, B와 Y를 포함한 5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오, 젠장.
371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42:01.38 ID:fzv9BufbYrk
>>370 ..맙소사.
372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45:20.90 ID:LnjAK2PRJJU
나는 내 머릿속에서만 "놀러가자=데이트하자" 로 생각하고 있었고, B는 "놀러가자=어? 그러지 뭐. 애들이랑 같이 가야지."
...설명이 부족한 내탓입니다. 그건 알지만....
이 엄청난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란 말이냐... 몸을 돌리고 세걸음도 못가서 Y의 목소리. "...어? 저거 스레주 아냐?"
...이 때, 아무렇지도 않게 못들은 척 그냥 지나가 버렸다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른다.
뜨끔, 하고 얼어붙듯이 자리에 못박혀서, 등 뒤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망했네 망했어 를 되뇌이는 나는 멍청이.
373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50:37.80 ID:LnjAK2PRJJU
웅성웅성. 친구들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어찌 그리 크게 들리던지.
그냥 지나갔더라면 아닌 걸로 끝났겠지만, 제발이 저려 움직이지도 못했던 난 결국 가까이 다가온 Y의 손아귀에서 도망치지 못했다.
"스레주...지?"
고개를 살짝 돌려, Y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헤헤... 하고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가슴을 졸이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374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54:01.74 ID:LnjAK2PRJJU
그리고 그 후의 반응은..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을거라고 본다. 경악, 혹은 의아함을 담고 나를 쳐다보는 친구들의 입은 평소에 그렇게 쉽게 튀어나오던 육두문자나 욕마저 할 수 없을 정도로 얼어붙고...
나는 유구무언, 할말이 없습니다.
375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56:50.01 ID:fzv9BufbYrk
어떻게해..
376 이름:이름없음 :2011/07/02(토) 23:58:28.67 ID:LnjAK2PRJJU
심지어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B는 눈을 또록 또로록 굴리며 필사적으로 내가 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거기에서 등장한 나의 구세주는 "으헤헤헤헿헷헥 너 그게 무슨 꼬락서니냨" 라며 웃음을 터뜨린 또다른 친구 K와, 그런 K를 보며 같이 웃음을 터뜨리며 B에게 다가가 "야, 저거 니짓이냨" 라며 옆구리를 푹 푹 찔렀던 Y였다.
377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00:00:32.00 ID:vHVFhUQXnzw
그제서야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짝 감을 알아챈 B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얼굴로 웃으려고 노력하며
"아, 어제 스레주랑 여장내기를 했었거든. 근데 진짜로 하고 올 줄이야" 라면서 웃었다.
그러고 나서야 납득한 다른 친구들 K2와 K3... 일단, 친구 소개부터 하자.
378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00:02:38.78 ID:G9vPBsda9o6
스레주 그 때 얼마나 떨렸을지 상상도 안간다
379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00:03:50.02 ID:vHVFhUQXnzw
K로 표현되는 친구가 셋이나 되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B를 제외한 친구들의 이름은 성으로 부를게.
먼저 윤. 일전에 B와 함께 나를 위해 싸워준 친구. 검도와 태권도 유단자고, 별의 별 잡다한 운동을 다 하고 있어. 별 것 아닌 일에도 박장대소해서 같이 있으면 유쾌해지는 친구. 재미있는 말로 주변 친구를 웃겨준다. 옷 갈아 입으면서 복근 강조하는데, 무심코 쳐다보게 될 정도로 몸이 좋아. 전체적으로 교우관계는 좋은편인데 어쩐지 선생님들은 싫어해.
380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00:08:44.74 ID:vHVFhUQXnzw
김1 음침하고 말투가 특이한 친구. 중2병에다 오타쿠라며 학교에서는 거의 아웃사이더지만, B와 친해진 뒤로 우리랑은 좋은 친구 사이. 말투가 특이하다는 건 보통 쓰지 않는 중후한 말이라거나 어투를 쓰는데, 조금만 얘기해보면 상대방이 하는 말을 잘 듣고 최대한의 조언을 해주는 타입이라는 걸 알 수 있어. 같이 있으면 조용하지만, 편안해서 좋은 친구.
B와 Y가 대련을 빙자한 구타를 하고 있는 걸 흥미롭게 쳐다보더니 어느 날 부터 참전해서 신나게 두들겨 맞고 있어.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수년간 운동했던 B와 윤에게는 밀려. 요즘 살이 빠져서 얼굴이 잘생겨지고 있다.
381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00:10:51.54 ID:vHVFhUQXnzw
김2 경박하고 가벼운 태도와 어투가 인상적인 친구. 입이 가볍고 생각 없이 말을 하는 경향이 있어서 짜증나기도 하지만, 의도적인 건 아니라서 나중에 미안해 하면서 수습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냥 미워할수도 없어.
키는 크고 말랐어. 우리랑도 놀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애들과도 친해.
382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00:15:11.22 ID:vHVFhUQXnzw
강 자존심이 강하고 목소리가 큰 스타일. 택도 없는 소릴 하거나 장난을 쳐서 친구들을 활기차게 만들어준다.
의협심이 강한 편이라 사소한 규율도 열심히 지키려고 해. 원래 친구들과의 관계는 원만했던 모양이지만 사소한 규율로 조금씩 싸우더니 사이가 틀어진 듯.
383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00:15:29.38 ID:qKnG0820Kzo
김씨가 3명이나되는구나.
384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00:17:22.64 ID:vHVFhUQXnzw
강-이게 뭐얔 뭐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김2-으아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1-...헐.
윤-대박이닼ㅋㅋㅋㅋ
B-....진짜 하고 오다니... 진짜...
385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00:20:11.79 ID:vHVFhUQXnzw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급히 벗어나려고 했어.
실은 여장한 게 들켜서 곤란한 상황이 오면 바로 갈아입을 수 있게 옷을 준비해 왔거든.
가방을 들고 "그럼 나 약속 지켰다? 가서 갈아입고 올래!" 라고 도망가려고 했지만, 윤이 막아섰다. "임맠ㅋㅋ 어디갘ㅋㅋ 내기라며, 벌칙은 완벽히 완수하고 가야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86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00:22:48.17 ID:qKnG0820Kzo
383>> 아 또다른 K는 강이였던거네?
387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00:23:57.98 ID:vHVFhUQXnzw
윤이 "안그러냐, B야." 라고 말했더니, 그 분위기를 편승해서 나머지 녀석들은 음흉한 미소를 띄우고, B는 자기가 시켰다고 했으면서 지금 와서 수습할 수는 없으니 잠자코 있었다.
"어, 어쩔건데."
도마위의 생선이 된 나는, 그들이 나를 삶을지 회를 칠지 쪄버릴 건지 잠자코 내 미래를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었다...
388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00:29:50.70 ID:vHVFhUQXnzw
하지만 벌칙은 제대로 받고 가야한다던 윤도 역시 별로 생각 해 둔 게 있을리가 있나. 내 일은 그만치 갑작스러운 일이었는데.
그리하야 우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어떻게 하면 스레주를 더 곤란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온 제안은 "남자 번호를 따게 만든다" 라던가, 도시 한복판에서 "나는 남잡니다" 라고 소리를 지른다거나 하는,
쪽팔려 게임 이상도 이하도 아닌, 변명으로 끝낼 수 있는 내용이 다라서 안심... 하긴 개뿔이!
389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00:32:38.97 ID:vHVFhUQXnzw
결국 정하지 못한 그들은 (말해두는데, 할 게 없어서 못정한 게 아니라 할 게 너무 많아서 못정한 거다.) "일단 시내로 데려가보자" 라는 의견으로 수렴하게 된다.
나는 그 속에서 "안해 싫어"와 욕설을 외치다가, 윤과 강의 억센 손에 끌려 버스를 탈 수 밖에 없었던 것이 통한이다.
398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23:21:09.61 ID:vHVFhUQXnzw
스레주가 왔습니다.
기면증이 있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요즘은 잠에 빠져 사는 것 같아...
399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23:23:32.87 ID:vHVFhUQXnzw
길게 더 말할 것 없이, 이야기를 잇겠습니다.
시내로 가면서, 그들은 "도가 넘지 않으면서도 엄청 쪽팔릴 수 있는 일" 에 대한 끈질긴 모색을 한 결과,
...내가 비명을 지를 만한 일 서너가지를 추려 낼 수 있었다.
400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23:41:27.19 ID:vHVFhUQXnzw
도심에서 저는 남자입니다! 라고 소리치기, 남자에게 번호따오기. 여자화장실 탐방, 여성의류 매장에서 옷 입어보고 사오기.
남자에게 번호따기 같은 건 위험도가 너무 높다는 이유로 반대되고,
여자화장실 탐방은 범죄니까 당연히 안되고.
그래도 그나마 가장 부담이 덜 되는 옷사오기(...그래도 싫었지만.)와 도심 한가운데에서 나는 남자입니다 라고 소리치기가 당첨됬다.
400.5 이름:레스걸★ :2011/07/03(일) 23:41:27.19 ID:???
레스 400개 돌파!
401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23:42:43.62 ID:q2QpzrxocH+
헉 동접인가
402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23:43:46.96 ID:vHVFhUQXnzw
어쩐지 좀 약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오늘 하루 종일은 여장한체로 지낸다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그래도 남자한테 번호따기같은 것 보다는 많이 낫다.
...여자한테도 고백해본적이 없는데.(B한텐 해버렸지만.)
403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23:44:33.68 ID:q2QpzrxocH+
>>398
나는 요즘 시험 기간에서 벗어나서 그런가 미친듯이 못잔 잠을 보충하고 있는거 같다.. 내가 못 잔걸 머리는 기억하지 못해도 몸은 기억하는 듯..ㅋㅋㅋㅋㅋ
404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23:50:56.16 ID:vHVFhUQXnzw
우선은 옷사러 가기.
목소리가 굵진 않지만 그래도 명백히 여자목소리랑은 틀리니까, 남자친구 역할을 할 친구를 골랐다.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은지 B가 지원했지만, 친구들은 "네가 하면 백빵 들키지 새꺄" 로 B의 지원을 묵살하고 가장 언변이 좋은 Y로 결탁.
돈은 친구들이 합쳐서 내주기로 했다. "좋은 구경하는 데 5천원 정도는 아깝지 않다."
405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23:56:40.97 ID:NjdZbhhm966
오오오스레주동접인건가 근데 내일부터 시허뮤 슬프다 ㅠㅠ
406 이름:이름없음 :2011/07/03(일) 23:59:10.26 ID:vHVFhUQXnzw
근데 사실 이건 그렇게 대단한 일은 없었어.
Y가 남자친구 역할을 하며 평범한 옷집에 옷을 사러 들어갔더니 너무 자연스럽게 종업원이 맞아줬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날 대신해 Y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옷을 골라 내게 내밀었다.
그래도 날 생각해줘서 뭐 더 대담하고 할 것은 없었고, 날씨 생각 안하고 긴팔 옷을 챙겨 입고 온 날 위해 가슴 라인이 잘 드러나지 않을 정도의 헐렁한 후드 티를 사줬다.
더 덥지 않을 까 했는데 특이하게도 소재도 얇고 후드티인데도 반팔이라 시원했어.
나오면서 뭔가 잔뜩 기대했던 Y와 친구들이 대놓고 실망해서 모두의 등에 분노의 철권을 후려갈겨줬다.
407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04:37.17 ID:k1SgdP72CJs
"뭐 그래도 여성옷 매장에 가서 옷을 산 건 맞으니까..." 라고 결론지어졌어.
여성복이었지만 사이즈도 적당하고 디자인도 무난해서 그냥 나한테 선물하는 셈 치고 넘어갔다.
어딘지 다들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무시.
...뭔가 화끈한 옷을 입고 나오길 기대했던건가. 당연히 그런 건 무리지.
408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08:57.48 ID:k1SgdP72CJs
...뭐 대단한 일인양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친구들 모두 "이게 뭐야." 라고 할 정도로 두가지 이벤트 모두 허무하게 끝났다.
사람 많은 시내 한복판에서 그런 차림을 하고 "저는 남잡니다!" 라고 소리쳐봤지만, 주변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날 쳐다보고 그걸로 끝이었어.
물론 하는 나는 머리가 지글지글 끓는 느낌이었지만, 친구들 입장에서는 맥빠지기 그지 없었던 듯.
...하긴 나라도 뭐 대단한 리액션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409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14:21.73 ID:k1SgdP72CJs
그 뒤론, 뭐 별 다른 일 없었어. 평소에 놀던 것 처럼 노래방에서 서로의 괴성을 뽐내고, 멀티방에 가서 위 컨트롤러를 경쟁적으로 휘두르고...
내가 예약해 놓은 곡이 나오자 K2가 여기있습니다, 아가씨. 같은 소릴 하고,
내 목소리로 노랠 부르니 친구들이 합심해서 날 놀려서 얼굴을 시뻘겋게 만들고 모기만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밖에 없었다던가,
위 스포츠를 하는데 내가 지면 친구들이 입을 모아 나를 이긴 친구를 비난하는 등(여자한테 이기니 좋냐)의 일 정도는 있었지만...
나름대로 즐겁게 놀고 나왔던 것 같아.
데이트가 날아간 건 아쉽지만, 어쩌겠어.
410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14:44.96 ID:+2riMY+G4Kk
>>408
스레주 고생많았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B는 뭐라고 했을까 궁금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11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14:59.03 ID:Pds7nLLuGA6
스레주! 괜찮다면 이 이야기.. 소설로 써보면 안될까?! ㅠㅠ 너무 쓰고싶어!
412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17:57.21 ID:k1SgdP72CJs
>>410 좀 있다가 나옵니다.
>>411 써도 괜찮지만... 별로 재밌는 얘기는 아니지 않아?
...아냐! 쓰면 안돼! 내 치태를 많은 사람이 알게 되다니!
413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18:21.80 ID:A0AETh+3xEg
우와 동접인건가ㅋㅋㅋㅋㅋ스레주 고생 많았어ㅋㅋㅋㅋ토닥토닥 해주고싶다
414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20:57.85 ID:k1SgdP72CJs
뭐 그럭저럭 혼란스럽지만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저녁 7시 경. 밥 사먹을 돈을 전부 내 옷을 사는 데에 투자해버린 친구들,
은 몰빵으로 밥사기 같은 내기는 안하는 경제원칙주의자에 내기기피증이 있는 녀석들이라 다들 배고프다며 쿨하게 집으로 귀환.
물론 집에 갈 때 까지 나와 B를 놀리는 짓은 그만두지 않았다.
K1 왈, "네가 오늘 데리고 온 아가씨니까 집까지 에스코트 정도는 해줘라."
친구들 모두 열광적으로 그 말에 동의했고, B는 "안그래도 그럴 생각이니까 좀 닥쳐 이 병신들아" 라고 대답함으로서 친구들이 도망가게 만들었다.
415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23:57.85 ID:Pds7nLLuGA6
>>412
정말 안돼? 진짜 안돼?! ㅠㅠ ... 정말 안돼는거야?
부탁할게-. 나 정말 열심히 써보고 싶은걸! 물론 글 솜씨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래도!
416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24:59.73 ID:k1SgdP72CJs
도망가는 친구들의 뒤를 쫒아 씩씩거리며 달려가던 B는, 4마리 토끼 중 단 한마리도 잡지 못하고 숨이나 고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무슨소릴 들을 지 걱정도 되고, 미안하기도 하고.
417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26:41.28 ID:+2riMY+G4Kk
>>415
난 제 3자입장이긴 하지만 물을게 있다.
혹시 너 공적인 곳에다가 소설을 써서 올릴 건 아니지?그러니까 퀴어판 말고 다른 곳에...
개인 소장용이냐??
418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26:58.02 ID:k1SgdP72CJs
>>415 ...안돼 안돼 안돼 안돼. 미안하지만, 나 정말 부끄럽다고!
여기에 쓰는 것도 익명성에 기대서 겨우겨우 쓰는 건데, 인터넷에 내 이야기가 나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얼굴이 뜨거워!
419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29:35.84 ID:k1SgdP72CJs
B는 숨을 고르고, 나를 힐끗 봤다. 크흠음. 평소엔 하지도 않던 헛기침까지 해가면서, 어색하게 나한테 물어왔다.
"...그러니까, 그거. 꼬시고 있는 거냐?"
...이 때까지 잊고 있던 모든 부끄러움이 얼굴로 다 밀려 들어왔다.
그래도 끄덕거릴 정신은 남아 있었다.
420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34:22.83 ID:+2riMY+G4Kk
>>419
아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떡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21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34:55.19 ID:k1SgdP72CJs
다른 친구들을 완충제로 버티고 있던 어색함이 갑자기 밀고 들어왔다.
나와 B가 조용한 와중에 주변으로 차가 몇 대 지나가고 나서야 B는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눈치가 개치라서."
"아, 아냐! 설명이 내가 부족한거잇."
다급히 말하던 도중, 혀를 깨물고 말을 씹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정말로 긴장이 되긴 했던 모양.
422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37:36.74 ID:VdGS12gXOu2
와오 동접?!
423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43:26.73 ID:Pds7nLLuGA6
>>417
공적인 곳에 올릴 생각은 없어. 그냥 소재가 좋으니까.. 개인적인 사정이지만, 글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근데 너무 조른 것 같기는 하다.
>>418
인터넷에 올라가지는 않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더 조르지 않을게-. 뒷 얘기를 어서 해줘!
424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51:50.43 ID:M+TsLpBVfjg
스레주는 잠만보인가
425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54:56.90 ID:VdGS12gXOu2
스레주는 또 자러갔나보네.. 동접인 줄 알고 좋아했다...
>>424 맞는 말 같아ㅋㅋㅋㅋㅋ
426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0:56:38.88 ID:k1SgdP72CJs
>>424 아니야! ...슬슬 한계지만..
>>425 아직은 동접이에요.
427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1:00:01.90 ID:k1SgdP72CJs
B가 오늘 유난히 나한테 신경을 많이 써주긴 했어.
평소라면 다른 친구들과 같은 포지션에서 같이 웃고 나한테 짓궃은 농담이라도 했을 텐데, 별로 끼지도 않고.
난 그게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런 건지 알고 겁냈는데, 적어도 그렇진 않는 것 같아서 안도감이 들었어.
428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1:05:57.39 ID:VdGS12gXOu2
아직 동접이군ㅋㅋ 많이 졸리면 꼭 말해주고 가
429 이름:이름없음 :2011/07/04(월) 01:11:10.02 ID:M+TsLpBVfjg
>>426 미안 시간 잘못계산해서 자러갔다고 생각했어
듣고있어
455 이름:이름없음 :2011/07/17(일) 23:10:19.03 ID:6lOXvSP09t2
스레주가 왔습니다.
미안해, 더 변명할 거리도 없지만, 좀 변명해 보자면,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누나가 나와 B에 대해 알아차리고 덮어주려고 했지만, 어떻게 됬는지 가족들 모두에게 알려졌어.
시험기간이 겨우 끝났지만, 집이 살얼음판 같아서 차마 컴퓨터 못키겠더라.
456 이름:이름없음 :2011/07/17(일) 23:40:26.65 ID:79MhCz7bpqA
헉.. 어떻게 된거야? 괜찮은 거야?;;
457 이름:이름없음 :2011/07/18(월) 00:14:44.12 ID:2+j6P4pmqBI
...스..스레주.. 괜찮아?
458 이름:이름없음 :2011/07/18(월) 00:58:05.05 ID:NMKZuXLJ3Vw
>>456, 457 별로 아무렇지도 않아.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 언제든지 밝혀질 수 있는 일이었고. 내일부터 제대로 얘기할게. 오늘은 이만 모두들 잘자.
486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1:47:26.21 ID:Z146zs1bZ6s
스레주가 왔습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만큼 커...졌었다.
오늘 정신병원 끌려 갈 뻔 했어. 울고 불고 난리를 쳐서 결국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성공.
요즘들어 정말 눈물이 마를 날이 없는 것 같네.
487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1:50:21.33 ID:Z146zs1bZ6s
이야기는 천천히 하도록 할게. 오늘은 그래도 새벽까지 얘기 풀 수 있을 것 같아.
...중간중간 샤워하고 밥먹고 하느라 비는 시간은 있을 테지만. 그러니까,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488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1:52:17.45 ID:m-MRBqIQ9+AiA
왓구나 스레주!ㅋㅋ 오늘 달리는거야!
489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2:01:59.71 ID:Z146zs1bZ6s
..., 그래, 벌써 꽤 시간이 지난 일이구나.
한달 사이에 벌써 한 10년은 지난 기분이야.
친구들을 버스정류장까지 배웅하고, B와 나는 다시 시내로 갔어. 성큼성큼 걸어가는 B의 뒤를 쫓아가서 왼팔에 은근슬쩍 팔짱을 꼈는데,
B가 피식 웃더니 팔짱을 풀고 왼팔로 목덜미를 감아서 안아서 걸어갔어. 행복했어.
492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2:16:49.57 ID:Z146zs1bZ6s
미안해... 방금 다 썼는데 잘못된 접근이라고...
근성있게 다시 쓴다.
494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2:23:14.18 ID:Z146zs1bZ6s
어지간히 할 만 한건 모두 친구들이랑 했고, 시간도 슬슬 8시를 가르키니 배가 고팠다.
결국 저녁을 먹기로 했지.
원래 B는 다같이 먹는 식사 하면 고깃집 가서 고기 구워먹든가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물고 있는 것 정도밖에 생각하지 못하는데,
그래도 돈가스 정식집에 날 데리고 들어간 건 나름대로 데이트 분위기를 내 준거였을까?
495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2:29:57.26 ID:SUbhzny5imc
오~ 근대 b는 연예인 누구닮았어??
어떻게 생긴지 궁금해~
496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2:35:01.66 ID:Z146zs1bZ6s
호기있게 "내가 사줄테니까 뭐든지 시켜라."라고 장담했지만, 자긴 제일 싼 우동.
그러면서 나도 우동을 먹으려니 제멋대로 제일 비싼 만 5천원짜리 치즈가스 정식을 시켰다.
...하긴, 고2한테 저녁한끼로 3만원을 쓰기엔 부담스럽겠지만, 이렇게 되면 내가 미안하지.
음식이 나올 때 까지 "갈라먹자고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뿔싸. 내 정식에는 조그만 우동이 딸려나왔다..
497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2:36:25.13 ID:Z146zs1bZ6s
>>495 미안, 내가 연예인을 잘 몰라서 정확히 누구 닮았다고 말하긴 뭐해.
음... 이미지만은 추노에 나온 장혁? 그런 느낌이야. 좀 거칠고 무서운 분위기.
498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2:37:12.09 ID:DGcNKW1myXU
우ㅘ아와와 동접!
스레주 괜찮은거야? ㅠㅠ..아웃팅이라니...
499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2:38:04.28 ID:SUbhzny5imc
오오 좋다♥
500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2:41:04.64 ID:DGcNKW1myXU
>>497
추노에 나온 장혁?!?! 무지 잘생겼잖아!!!
도대체 B를 찬 여자애는 무슨 생각으로......!
아 근데 걱정되네. 가족에게 아웃팅이라니;; 상황은 괜찮은거야?
500.5 이름:레스걸★ :2011/07/25(월) 22:41:04.64 ID:???
레스 500개 돌파!
501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2:41:48.44 ID:Z146zs1bZ6s
결국 난 돈가스를 먹다 말고 1/3정도 남겨서 B에게 밀었다.
"뭐 임마, 안먹어."라고 대답하길래 "배불러. 버릴 바에야 니가 좀 먹어주라."라고 했어.
내 얼굴을 빤히 보더니, "그럼 어쩔수 없지." 라면서 순식간에 남은 돈가스를 털어먹고 남은 한조각을 내 입으로 밀어넣었다.
502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2:43:27.49 ID:DGcNKW1myXU
>>501 남은한조각을 ㅋㅋㅋㅋㅋㅋ 아..진짜..B........반하겠다
503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2:44:38.61 ID:Z146zs1bZ6s
>>500 아니 이미지만... 얼굴은 그렇게 많이 안닮았는데. 나한테야 멋있지만, 다른 사람은 크게 잘생겼다고 하진 않더라.
아 뭐 지금은... 다들 슬슬 포기하는 느낌이랄까.
504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2:45:04.54 ID:cSdCdupHSQE
어어 동접인건가..!!
505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2:46:58.70 ID:DGcNKW1myXU
>>503 지금 고2면 나랑 동갑인데..
아직 B랑 그런 사이도 아닌거 같고, 별로 안좋네, 이거...
일단 썰이나 조용히 듣고 있을게 계속 순풍순풍 풀어줘
506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2:51:31.78 ID:Z146zs1bZ6s
다 먹고 나서 잠깐 얘기 하다가 B가 화장실 갔다 오는 사이에 아무래도 B의 한달 용돈을 다 털어먹은 것 같아서 만원을 B의 가방에 넣어뒀다.
그때부터야 좀 마음이 편했어. 화장실에 다녀 온 B가 가방을 들고 같이 가게를 나섰다.
507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3:03:54.79 ID:cSdCdupHSQE
>>506 스레주가 착하다 ㅠㅠㅠ
508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3:04:02.63 ID:Z146zs1bZ6s
...또 날아갔네.
날씨가 더웠지만, 호수가 붙어있는 공원이라 시원했어. 호수 중앙에 있는 분수를 구경하고 있는데 B가 와서 슬쩍 밀어서 그대로 호수에 빠질 뻔.
다행히 b가 바로 허리를 낚아채 줘서 으엑 하고 앞으로 뻗은 손에만 물이 닿은 수준이지만, 엄청 놀랬어.
미안해하면서도 웃겨 죽어가는 B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509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3:06:32.13 ID:Z146zs1bZ6s
>>507 착한 게 아니라, 그 상황이 상황이라... B용돈 얼마 받는지 뻔하게 알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냠냠 받아먹냐.
510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3:10:45.01 ID:Z146zs1bZ6s
"앜ㅋㅋㅋ 미안ㅋㅋㅋㅋ 근데 너 완전 웃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 그만차라곸ㅋㅋㅋ"
"아 진짜 깜짝 놀랐잖아!"
"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이리와! 너 빠뜨려버릴거야!"
....이러고 있었다.
511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3:11:03.88 ID:1OCzius97WI
스레주 옷이랑은 다 갈아입은 상태?
써줬는데 못 읽었나...
512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3:19:16.46 ID:Z146zs1bZ6s
>>511 ...옷? 물론 저때 입었던 옷이야, 벌써한달전이니...
513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3:22:01.41 ID:5wYzdKIch5I
갱신
514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3:31:42.10 ID:18QPq01A+eA
여기 스레주도 돌아왔구나! 그 사이에 힘든일이 많이 있었나보네ㅠ;; 일단 갱신!
515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3:32:41.67 ID:Z146zs1bZ6s
.....말이 안써지네. 액세스 권한이니 뭐니 하는 경우도 있고 사유도 이유도 한 두개도 아니고... 오늘 스레딕이 조금 이상한 것 같아.
516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3:38:01.76 ID:DGcNKW1myXU
맞아 좀 이상하다..나도 반응해주고 싶은데 안되네...
517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3:42:40.71 ID:5wYzdKIch5I
벌써 새로고침만 10번째임 ㅠㅠ
스레딕 오늘 왜이렇게 느려?? 오류도 많이 나고 ㅠㅠ
어쨌든 스레주가 빨리 썰을 풀길바라며!
갱신
518 이름:이름없음 :2011/07/25(월) 23:45:01.54 ID:18QPq01A+eA
나도 지금 오류가 너무 심해ㅠ 슬프다
519 이름:이름없음 :2011/07/27(수) 00:24:46.52 ID:L0Nku2kqDwo
음... 미안해, 여러분. 어제 이야기를 많이 풀려고 했는데 오류가 뜨더니 결국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지경까지 됬어.
12시 반까지 끊임없이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잠들었어. 오늘은 상담도 받고 어머니랑 얘기도 하고 누나랑도 얘기하고 그러느라 늦어버렸네.
내일이라도 시간이 빌때 찾아와서 얘기해줄게, 모두 잘자.
520 이름:이름없음 :2011/07/27(수) 00:26:59.55 ID:L0Nku2kqDwo
그래도 뭔가 새롭게 단장된 것 같네, 스레딕. 앞으로 좀 더 편리해지려나?
521 이름:이름없음 :2011/07/27(수) 07:15:01.84 ID:PvXwrsyFiZA
>>520 오류가 심해진걸로 봐서는 별로 그런것 같지도... 나도 지금 오빠가 인터넷 설정 조작 좀 해줘서 간신히 들어왔어;